부동산 보는 안목 키워 특정 지역·상품 전문가 되라
최근 강원 양양군 양양공항 인근에서 폐업 상태인 주유소가 경매로 나왔다. 7번 국도와 접한 주유소였다. 인근에 동해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차량 통행이 줄어 주유소 영업이 신통치 않은 곳이었다. 주유소로 승산이 없다 보니 네 번이나 유찰돼 최저 응찰가격이 감정가격(8억986만원)의 24% 수준인 1억9444만원까지 떨어져 있었다.

이 물건을 노려보던 A씨는 가격이 충분하게 떨어졌다고 판단해 최근 5회차 경매에 응찰했다. 경쟁자가 1~2명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응찰가격을 감정가격의 31.8% 수준(2억5770만원)으로 높였다. 결과는 단독 응찰이었다. 물론 최저가 언저리에 써냈으면 매입비용을 6300여만원 떨어뜨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A씨는 크게 아쉬워하지 않았다.

아직 잔금을 내지도 않았는데 벌써 프리미엄 4000만원을 줄 테니 팔라는 제의가 두 건이나 들어왔다. 한 명은 채무자이자 현 주유소 소유자, 다른 한 명은 이 주유소에 대해 유치권을 주장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A씨는 “10억원을 줘도 안 판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사실 A씨는 주유소 뒤땅(임야)의 소유자다. 뒤땅이 전면 4차로와 넓게 접하면 땅의 가치가 크게 뛴다. 아들 명의로 이 땅을 사들인 이유다.

사실 이 땅은 주유소 자체로는 답이 안 나오는 땅이다. 인근에 고속도로가 뚫리기 전에는 장사가 그럭저럭 됐다. 사람들이 새 길로 다니기 시작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새로운 고속도로나 국도가 뚫린 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경매시장에서 주유소에 주로 투자하는 이는 주유소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상황을 잘 아는 사람들이 투자하는 것이다. 모텔을 운영하는 사람이 경매시장에서 모텔에 주로 투자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주유소를 하는 사람들도 이 주유소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 땅의 승자는 주유소란 관점으로 물건을 보지 않은 사람이다. 부동산은 입지에 따라 얼마든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법원 경매시장에서 권리분석에 목매는 사람들이 많다. 권리관계가 복잡하게 꼬인 물건을 싸게 잡아서 정리한 뒤 정상 값에 팔려는 이들이다.

그러나 경매 지식이 보편화되면서 이제는 권리 분석보다 물건 분석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 권리 분석은 주변의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된다. 컨설팅 수수료를 주고 경매 전문 변호사에게 물어봐도 된다. 이에 반해 물건의 숨은 가치는 책상에 앉아서 알 수 없다.

경매 고수가 되기 위해선 특정 지역에 대한 전문가가 되거나 특정 부동산 상품에 대한 전문가가 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남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가치를 찾아내서 투자하는 방식이다.

물론 그럼에도 기본적인 권리 분석과 명도 노하우를 갖추는 것은 필수다. 위의 사례에서도 명도 문제 해결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채무자(현 소유자) 공사업자를 앞세워 허위 유치권 신고를 해 둔 상태다. 낙찰받은 후 확인해 보니 이 유치권자는 무려 20년 전의 공사대금을 이유로 유치권을 신고했다. 채권 소멸 시효가 벌써 지난 것이다. 인도명령을 신청하자 법원이 즉각 인용했다.

채무자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지하에 묻어놓은 기름탱크 소유자를 내세워 유치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좀 더 걸릴 뿐 해결에는 문제가 없는 사안이다.

정충진 <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