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경제학자 총회] "日, 월마트 같은 혁신 없어 잃어버린 20년 겪어"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의 경기 침체기를 겪은 것은 미국 월마트와 같은 혁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아널드 하버거 미국 시카고대 명예교수이자 UCLA 교수(사진)는 23일(현지시간) ‘몽펠르랭 소사이어티 리마 총회’에서 주제 발표(경제 노선과 결과)를 한 뒤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일본 경제를 분석했다. 그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루카스 시카고대 교수, 몽펠르랭 소사이어티 정회원인 김인철 성균관대 명예교수의 스승이기도 하다.

그는 ‘하버거의 삼각형(Harberger’s triangle)’이라는 후생삼각형을 제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독점기업이 제품을 생산해 독점가격으로 시장에 내놓으면 소비자들이 얻는 잉여는 물론 독점기업이 얻는 잉여도 함께 사라지는 ‘자중(自重)손실(deadweight loss)’을 계산해냈다. 그는 1954년 발표한 논문에서 독점에 따른 자중손실이 당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0.1%였다고 분석했다.

하버거 교수는 “일본은 전자업종 등에서 미국을 추격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이후 한국 대만 등에 따라잡힌 가운데 경쟁력이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던 농업, 서비스업 분야 등에서도 혁신을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은 기존 유통업계의 강자 백화점업계를 무너뜨린 월마트 같은 대형 혁신업체들이 나타나 경제를 활성화했다는 것.

그는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도 옹호했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양적 완화 통화정책이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앞으로 회수하는 문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중앙은행이 시중에서 국채를 사들여 돈을 대량으로 푼 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눈에 띄게 둔화된 것을 우려하자 “그래도 행복한 성장”이라고 진단했다.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하지 않고, 세계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한 지나치게 위축돼선 안된다고 낙관론을 펼쳤다.

그러나 재원을 고려하지 않는 무분별한 복지는 잘못된 정치적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하버거 교수는 “기본적인 복지가 필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예산을 적게 쓰는 복지냐, 많이 쓰는 복지냐를 놓고 정치가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마=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