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 올랜드아울렛이 지난 8일 추첨을 통해 가전, 가구를 1000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열자 소비자들이 응모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올랜드아울렛 제공
경기 파주 올랜드아울렛이 지난 8일 추첨을 통해 가전, 가구를 1000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열자 소비자들이 응모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올랜드아울렛 제공
지난 22일 오후 3시 경기 파주시 올랜드아울렛의 661㎡(약 200평) 규모 매장은 가전제품, 가구 등을 둘러보는 사람들로 붐볐다. 이곳은 전시 상품과 미세한 흠집으로 반품된 상품을 보수해 다시 판매하는 곳. 저렴한 가격이 이곳의 특징이다. 32인치 LED TV는 23만9000원으로 정가 43만200원에 비해 44%가량 쌌고, 리클라이너 소파 값도 정가(189만9000원)보다 48%가량 저렴한 105만원이었다. 서동원 올랜드아울렛 대표는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5~20% 늘었다”며 “추첨을 통해 TV, 냉장고 등을 1000원에 파는 행사를 하는 날이면 하루에 600명 이상이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리퍼브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리퍼브는 ‘새로 고치다’는 ‘리퍼비시(refurbish)’의 약자로, 전시·반품 제품을 재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새것과 다름없는 제품을 20~80% 싼 값에 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리퍼브숍은 최근 들어 빠르게 늘고 있다. 현재 규모가 가장 큰 올랜드아울렛은 2010년 파주에 첫 매장을 연 뒤 경기 남양주 평택 등지에 점포를 총 12곳으로 늘렸다. 리마켓, 리퍼브샵, 리사이클시티 등 다른 업체들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B급상품? 반값 매력"…리퍼브숍 뜬다
대형 유통업체도 리퍼브 상품 판매에 뛰어들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월 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에 리퍼브 상품을 판매하는 ‘전시몰’ 매장을 열었다. 입점 후 월평균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해외 패션 브랜드 못지않은 실적을 내고 있다.

본점에서는 지난 13~19일 리퍼브 제품을 할인하는 ‘디지털 가전 전시상품 대전’을 열었다. 아수스·HP 노트북 등 인기 품목은 2~3일 만에 매진됐다. 롯데하이마트도 지난 20일부터 리퍼브 PC 판매에 돌입했다. 삼성·LG 등 국내외 유명 브랜드 노트북, 데스크톱 제품을 정가 대비 최대 70% 할인한다. 1년간 무상 AS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리퍼브 제품은 온라인몰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오픈마켓 옥션에서는 올 들어 이달 22일까지 리퍼브 제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다. 태블릿 PC(880%)와 TV·홈시어터(72%)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에서도 지난해 리퍼브 제품 판매가 전년 대비 세 배 이상 늘었다.

알뜰 쇼핑족은 ‘떨이 상품’에도 주목하고 있다. ‘떠리몰(www.thirtymall.com)’은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식품을 최대 90% 할인한다. 윤상천 떠리몰 팀장은 “2년 전 90여명에 불과하던 회원 수가 현재 7만3204명으로 늘었다”며 “매출도 매달 60~80%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임박몰(imbak.co.kr)’도 월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롯데마트도 주요 점포에서 ‘파격가 처분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생활용품, 주방용품, 유통기한이 임박한 가공식품 등을 30~70% 할인한다. 서정욱 롯데마트 고객만족팀장은 “이달 들어 23일까지 파격가 처분매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5%가량 급증했다”며 “규모를 확대하고, 매장을 무빙워크 주변 등 눈에 잘 띄는 곳으로 옮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