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국제선 노선을 운영 중인 김해공항이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한다(▶본지 3월24일자 A27면 참조). 지난해 국제선 이용객만 438만여명으로 수용가능 인원을 이미 초과했고, 활주로 슬롯(slot·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도 2020년 이전에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국제선 청사 증축이 진행 중이라지만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엔 벅찰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김해공항 인프라 문제는 이용객의 불편을 넘어 국제공항으로서의 확장성마저 가로막는 지경이다. 중형기를 띄워야 하는 미국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이 전무한 것만 봐도 그렇다. 김해공항에서 부산~독일 뭔헨 노선을 운항하던 루프트한자가 철수한 데 이어, 부산~핀란드 헬싱키 직항노선을 검토하던 핀에어도 계획을 보류했다는 것이다.

김해공항 국제선 포화는 진작부터 예상돼 왔던 문제다. 그럴 줄 알고 노무현 정부 때부터 검토했던 프로젝트가 바로 동남권 신공항이다. 하지만 그 뒤 이명박 정부는 대선공약이었던 동남권 신공항을 사실상 백지화하고 말았다. 부산, 밀양 등이 극심한 유치경쟁을 벌이자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아무 곳에도 주지 않는 방법으로 피해갔던 것이다. 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지난달에야 ‘영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 연구’ 용역 입찰 작업에 들어갔다. 그것도 1년 뒤에나 결과가 나온다. 부산과 대구·경북은 또다시 치열한 신경전이다. 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온들 지역 갈등이 해소된다는 보장도 없다. 만약 또다시 동남권 신공항을 지역 갈등을 이유로 표류시킨다면, 이미 일본에 밀리고 있는 관광 한국은 말짱 도루묵이 될 것이다. 신공항이 지금 결정돼도 완성까지 10년 이상 기다려야 할 판이다. 더는 미룰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