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 화백엔지니어링 사장(오른쪽)이 안산 ‘스마트허브 P&P센터’에서 최우영 P&P클러스터 사장과 표면처리 작업 공정 개선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이강 화백엔지니어링 사장(오른쪽)이 안산 ‘스마트허브 P&P센터’에서 최우영 P&P클러스터 사장과 표면처리 작업 공정 개선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낡은 산업단지들이 새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더럽고(dirty), 힘들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곳이라는 ‘3D’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깨끗하고(clean), 편리하고(convenient), 쾌적한(comfortable) 곳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제품을 생산하기만 하는 곳이 이제는 근로자의 ‘삶의 질’을 생각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바이어들을 위한 비즈니스호텔과 근로자를 위한 오피스텔 등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냄새나는 도금공장 옛말…"이젠 일할 맛 나요"
도금하거나 인쇄회로기판(PCB)을 만드는 오래된 공장들은 낡고, 컴컴하고, 화공약품 냄새가 많이 난다. 외국인 근로자조차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다.

하지만 경기 안산시 성곡동에 세워진 ‘스마트허브 P&P(Plating & PCB)센터’는 다르다. 이곳에 입주한 공장들이 폐수를 공동으로 처리하고 작업 환경을 개선했기 때문이다. 작년 말 입주가 시작된 이곳에는 현재 8개 업체가 들어섰고, 연내 총 27개가 입주할 예정이다. 대지 1만5000여㎡ 위에 건물 8개 동이 건설됐다. 총 연건평은 3만1680㎡에 이른다.

이곳에 들어온 화백엔지니어링(사장 이강·58) 공장에서는 표면처리작업이 한창이었다. 기존 납과 주석의 혼합용액 대신 주석을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 사장은 “공해물질인 납을 없애고 주석만으로 도금하는 기법으로 PCB 회로를 입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반월에 있던 공장을 작년 말 이곳으로 옮겼다. 이 사장은 “공장을 이전하니 작업환경이 깨끗해 근로자들의 만족도가 무척 높아졌다”며 “인근에서 폐자재를 소각해 만든 스팀을 공급받아 도금액을 가열하니 전기료 부담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2000년 인천 남동산업단지의 26.4㎡짜리 임차공장에서 출범한 화백엔지니어링은 그 뒤 시화로 본사를 옮긴 뒤 독일과 일본이 장악해온 각종 표면처리액을 국산화하고 ‘무전해주석도금라인’을 개발했다. PCB의 에칭 공정에서 생기는 폐액에서 전기적 재생방법으로 구리를 회수하고 나머지는 공정에 재순환하는 시스템도 개발했다. 벤처기업대상, 경기도지사상, 지식경제부장관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이번에 작업환경이 깨끗한 곳으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스마트허브 P&P 센터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단지공단의 ‘노후 산업단지 혁신’ 사업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낡은 산업단지를 근로자들이 쾌적하게 일할 수 있는 곳으로 바꾸자는 취지였다. 그 결과 직원 채용도 쉬워졌다.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한 P&P클러스터의 최우영 사장(53)은 “대표적 뿌리산업인 도금과 PCB 표면처리업체의 작업환경 개선으로 고용이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노후단지 개선을 주도하고 있는 강남훈 산단공 이사장은 “낡은 산업단지를 바꿔야 젊은이들이 몰려올 것”이라며 “소각장 폐열을 활용하고 폐수를 공동으로 처리하면 기업들의 국제 가격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P&P센터 입주업체 관계자는 “직원들은 월급을 올려주면 한 달 정도 기분이 좋지만 작업환경이 좋아지면 근무기간 내내 자부심을 느끼고 일한다”며 “쾌적한 작업환경은 근로자를 위한 최선의 복지”라고 말했다.

안산=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