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주택대출을 연 2%대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이 24일 은행권에서 일제히 출시됐다.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을 찾은 대출 신청자들이 영업 시작 전부터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기존 주택대출을 연 2%대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이 24일 은행권에서 일제히 출시됐다.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을 찾은 대출 신청자들이 영업 시작 전부터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24일 오전 8시50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앞에 진풍경이 벌어졌다. 20여명이 줄지어 서 점포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 것. 조금 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영업점을 방문해 이들을 응대했다.

신권 교환 수요가 많은 설과 추석 연휴 전날 외에 사람들이 이처럼 은행에 줄지어 서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출시되는 안심전환대출이 이들을 불러 모았다. 보통 연 3%대인 기존 고금리 주택대출을 선착순으로 연 2%대의 장기 저금리 상품으로 교환해준다는 소식에 아침 일찍부터 점포로 달려온 것이다. 다른 은행도 상황은 비슷했다. 안심전환대출 신청자가 몰리면서 한 달 한도금액(5조원)의 60%가 넘는 3조3036억원이 이날 소진됐다.

◆예상 밖 행렬…시간당 5천억 전환

안심전환대출을 취급한 시중은행 및 지방은행 등 16개은행에서는 이날 시간당 전환액이 5000억원을 오르내렸다. 서울 동대문구 인근의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최근 인터넷 뱅킹 활성화 등으로 영업점 방문자가 크게 줄었는데 간만에 정신없이 대출상담을 했다”고 전했다.

일부 영업점에선 은행 직원들이 먼저 줄을 서기도 했다. 일반 고객보다 먼저 대출받기 위해서였다. 미리 대출약정서를 작성해 두는 기민함을 발휘한 사람도 많았다.

거래 은행에서 미리 상담한 뒤 대출약정서를 작성해 놓고 은행 직원에게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할 때 신청해달라고 부탁하는 방식이다.

경기 성남시의 한 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거래 고객이 많은 아파트 단지의 한 학부모 모임에서 단체로 와 대출약정서를 미리 작성해달라고 요청해 안 들어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안심전환대출을 찾는 사람들의 지역별 편차도 나타났다. 시가 9억원 이하이면서 대출 금액 5억원 이하라는 조건이 붙어서다. 경기도에선 고양시 일산구와 성남시 분당구, 서울에선 노원구 등이 서울 강남 지역보다 안심전환대출을 찾는 이들이 많았다.

◆20조원 조기 소진 전망도

이날 은행들은 영업점 인력을 모두 동원했다. 상담을 위해 콜센터 회선도 늘렸다. 국민은행은 영업점 전체에 안심전환대출 전담창구를 만들었다. 본점 직원 180명을 영업점으로 파견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역시 긴장 속에 금융정책국장이 주도하는 비상대응팀을 가동했다. 금융정책과를 총괄반으로 해 주택금융공사와 은행연합회에 상시점검반을, 금감원에 현장 점검반을 배치했다. 금감원은 검사국 소속 검사 인력 60~70명을 주택대출 취급이 많은 거점 점포에 투입해 현장 점검에 나섰다. 주택금융공사와 은행연합회는 안심전환대출 실적과 고객 문의 및 불편 사항을 실시간 집계했다.

금융권에선 올해 전체 한도인 20조원이 조기에 소진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금융위원회는 신청이 많으면 4월치 5조원을 시장에 풀 방침이다.

이에 대해 20조원을 한꺼번에 투입하면 안심전환대출 재원인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주택저당증권(MBS)이 시장에서 제대로 소화되기 힘들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예상보다 많은 전환 신청이 몰리고 있다”며 “액수를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총 대출한도를 크게 늘리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신영/김일규/박한신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