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마천루 기술
국내 건설사가 해외로 진출한 지 50년이 됐다. 시공능력뿐만 아니라 한국인 특유의 성실함으로 세계 시장에서 호평도 받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부르즈 칼리파(828m) 건축의 신화를 썼다. 이 빌딩은 세계초고층학회의 평가기준인 구조물, 사람이 사는 거주층, 건물 지붕, 첨탑 등 4개 분야 모두에서 최고를 기록했다. 우리 기술이 그만큼 세계적 수준이라는 증거다.

부르즈 칼리파에는 삼성물산이 자체 개발한 80메가파스칼(㎫)의 초고강도 콘크리트가 투입됐다. 대만 타이베이101 빌딩에 적용했던 콘크리트 수직압송 기술이 위력을 발휘했다. 156층 마지막 콘크리트 압송에서는 한 번에 601m까지 쏘아올리는 신기술을 자랑했다. 바람과 지진에 견디는 내풍·내진설계에서도 극찬을 받았다.

키높이 경쟁은 세계에서 펼져지고 있다. 올 연말에는 중국 후난성 스카이시티(838m)가 완공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1000m 이상의 킹덤타워가 건설되고 있다. 미국 9·11테러 현장에 재건된 뉴욕 원월드트레이드센터(541m)를 비롯해 일본과 칠레에도 300m 이상 빌딩들이 생겼다. 건설 중인 것도 125개나 된다.

건물의 키가 높아질수록 첨단 기술은 더 필요해진다. 세계 초고층빌딩협회가 150m 이상을 초고층 빌딩, 300m 이상을 슈퍼톨 빌딩, 600m 이상을 메가톨 빌딩으로 구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에 들어선 슈퍼톨급 빌딩은 송도국제도시 동북아무역센터(305m)가 있다. 부산 해운대의 두산 제니스타워, 아이파크 마리나타워도 300m 전후다.

국내 건설사들이 짓는 100층 이상 국내 건물은 메가톨급인 롯데월드타워(123층, 555m)가 처음이다. 여기에는 하중, 풍속·지진, 콘크리트 관련 주요 신기술이 20개 이상 동원됐다. 셰일가스 채굴에 버금가는 굴착기술과 물을 가장 높이 보내는 특수압력 배관 기술도 적용됐다. 구조물 설계에서는 중심뼈대인 코어월과 8개의 메가기둥으로 수직중력을 지탱하게 하고, 대나무 마디 같은 아웃리거와 벨트 트러스를 40층 간격으로 세 군데 설치하는 특수 공법을 활용했다. 순간 최대풍속 초속 128m의 강풍에 견딜 수 있는 내풍시설, 리히터 규모 7.5의 강진에도 끄떡없는 내진설계를 갖췄다.

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되면 연간 150만명의 해외관광객이 추가로 한국을 찾아 연 3000억원의 수입이 생기고, 생산·경제 유발효과도 7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마천루 기술은 국가 경제지표를 높이는 지렛대이기도 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