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 씨(26, 남)는 아침마다 지하철 1호선에서 내리면 팔이 뻐근하다. 출퇴근 시간에 집근처 관악역에서 직장이 있는 시청역까지 지하철은 ‘지옥철’이다. 승차역에서 문이 열릴 때 마다 지하철 객차 안에서는 "좀 나갈게요"하는 목소리와 짜증섞인 한숨소리가 가득하다. 지하철 안으로 발을 들여넣다가 체념하는 사람, 가까스로 몸을 실은 채 손으로 문 위를 잡고 사람들을 미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박씨의 팔이 뻐근한건 단지 지하철을 가득채운 인파 탓만은 아니다. 만원 지하철에서 ‘변태’로 오인받지 않기 위해 두 팔을 들고 지하철에 타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밀려 앞에 있는 여자분쪽으로 확 붙게 된 적이 있었어요. 그 때 뒤를 홱 돌아보는 시선이란… 그 분도 불쾌했겠지만 저도 기분이 좋진 않더군요. 다음부턴 오해를 피하려고 아예 손을 위로 들어서 뭐라도 잡아버려요. 한시간 가까이 그러고 오면 팔이 뻐근하죠.”

대학생 유모 씨(25, 여)는 아예 출퇴근 시간을 피해 등교한다. 오후 수업으로 시간표를 짜거나 9시에 수업이 시작하는 날엔 7시쯤 일찍 학교에 도착한다. 지하철에서 성추행인지 아닌지 모를 애매한 상황을 몇 번 겪고 나면서다.

“대학교 1학년 겨울이었어요.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을 못 꺼낼 정도로 사람이 꽉 찬 지하철이었는데 허벅지쪽에 뭔가 닿는게 느껴졌어요. 살짝 피해 봤지만 계속 닿더라구요. 사람 손인지 그냥 가방인지, 괜한 사람 잡는건 아닌지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다음 역에서 내렸죠.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니 차라리 만원 지하철을 피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퇴근 ‘지옥철’. 누구에게나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자신만의 공간을 지키고 싶어하는 심리적 욕구가 철저히 무시되는 공간이기 때문. 열차 한 량의 정원은 약 160명. 이 인원이 다 탔을 때를 100%로 가정하면 지하철 2호선의 평균 혼잡도는 200% 정도다. 혼잡도가 가장 높은 지하철 9호선 염창~당산역 혼잡도는 237%에 달한다.

글로벌 도시, 서울 지하철의 출퇴근 혼잡을 해결할 묘안은 없을까....

나수지 기자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