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양희 "삶의 고비마다 시 쓰며 극복"
‘외로워서 밥을 먹는다던 너에게/권태로워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나는 쓴다./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어차피 삶은 너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밥’ 전문)

천양희 시인(사진)의 시 ‘밥’은 일상에 지치고 외로운 현대인에게 큰 울림을 주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65년 등단해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의 대표 시인으로 불리는 천 시인이 등단 50주년을 맞아 자신의 문학적 체험과 시 창작 강의를 담은 산문집 작가수업 천양희(다산책방)를 냈다. 천 시인은 “내가 운명의 고비에 처했을 때 그때마다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은 시를 쓰는 일이었다”며 “시를 쓰지 않거나 못 쓰는 시간이 가장 견디기 힘든 시간”이라고 말했다. 천 시인은 지금도 새로운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메모하고 시를 쓴다.

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자신의 창작 원칙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는 “자기가 표현하려는 대상에 가장 잘 들어맞는 적절한 한 가지 단어를 찾아야 한다”며 “다른 사람이 써버린 말은 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늦은 봄부터 이른 여름까지 우는 소쩍새가 겨울에 운다고 말하거나, 겨우내 누런 잎을 달고 있다 새싹이 나올 때 잎을 떨어뜨리는 떡갈나무가 가을에 잎을 떨어뜨린다는 식의 오류를 범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젊은 시인들에게는 “어떤 시들은 언어가 절제되지 못하고 너무 산만해 지루할 때가 있다”며 따끔한 지적도 아끼지 않는다.

다산책방은 앞으로 오탁번, 현기영, 곽재구, 장석남 씨 등의 창작 노하우가 담긴 산문집을 계속 낼 계획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