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종호 부장판사 "자나 깨나 소년 생각, '만사(萬事)소년' 별명 붙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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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들에게도 아버지가 필요 …' 책 낸 천종호 부장판사
“비행청소년에게는 대개 아버지다운 아버지가 없습니다. 아버지가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땐 이웃과 국가가 해줘야 합니다.”
비행청소년의 건전한 성장과 재비행 방지를 이끌고 있는 천종호 부산가정법원 소년부 부장판사(50·사진)를 만났다. 천 판사는 지난 24일 법정에서 만난 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아이들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합니다’를 출간했다. 이 책은 그가 소년재판 이야기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2013년)’로 가슴 찡한 법정 풍경과 함께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한 이후 두 번째다. 책의 인세는 청소년회복센터에 전액 기부하고 있다.
“이번 책은 아버지가 없는 아이들, 아버지가 있어도 가정 폭력과 알코올중독 등을 견디지 못해 가출한 아이들이 범죄인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사춘기 시절에 울타리가 돼줄 아버지가 없으면 소년들은 거칠고 불안한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고, 결국 우리 사회 전체로 불안과 피해가 확산된다는 것을 재판 과정에서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의 재판 경험에 따르면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아버지는 부부싸움이 잦고, 힘이 약한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이혼은 결혼 4년차 언저리에서 시작되고, 40대 비율이 가장 높다. 아이들은 사춘기 전에는 폭력을 참고 견디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학교에 적응을 못 하고 ‘왕따’를 당하면서 장기 결석을 한다. 결국 가출한 뒤 5~6명이 몰려다니면서 혼숙하고, 삶을 자포자기하면서 범죄를 저지른다. 그는 “대가족 시대에는 청소년들이 할아버지 등 웃어른과 이야기할 기회라도 있었지만 핵가족·가족해체 시대에는 가족도 이웃도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게 대안을 물었다. “2010년 11월부터 비행청소년을 보호할 목적으로 ‘사법형 그룹홈’을 운영해 보니 재범률이 60% 이상인 다른 관리체제와 달리 3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가정법원이 소년 1인당 월 교육비만 지원해 주는 등 열악한 상황 속에서 운영되고 있어 불안한 상태입니다. 미국과 일본처럼 법을 통해 정부가 지원해야 합니다.”
천 판사는 자나 깨나 소년 생각뿐이라는 뜻에서 ‘만사소년’, 법정에서 청소년들에게 애정을 갖고 지도하거나 호통을 쳐 ‘호통판사’라고 불린다. 1977년 부산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한 그는 부산고등법원, 창원지방법원 소년부를 거쳐 2013년 2월 부산가정법원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소년재판을 맡을 정도로 비행청소년 지도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비행청소년의 건전한 성장과 재비행 방지를 이끌고 있는 천종호 부산가정법원 소년부 부장판사(50·사진)를 만났다. 천 판사는 지난 24일 법정에서 만난 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아이들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합니다’를 출간했다. 이 책은 그가 소년재판 이야기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2013년)’로 가슴 찡한 법정 풍경과 함께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한 이후 두 번째다. 책의 인세는 청소년회복센터에 전액 기부하고 있다.
“이번 책은 아버지가 없는 아이들, 아버지가 있어도 가정 폭력과 알코올중독 등을 견디지 못해 가출한 아이들이 범죄인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사춘기 시절에 울타리가 돼줄 아버지가 없으면 소년들은 거칠고 불안한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고, 결국 우리 사회 전체로 불안과 피해가 확산된다는 것을 재판 과정에서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의 재판 경험에 따르면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아버지는 부부싸움이 잦고, 힘이 약한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이혼은 결혼 4년차 언저리에서 시작되고, 40대 비율이 가장 높다. 아이들은 사춘기 전에는 폭력을 참고 견디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학교에 적응을 못 하고 ‘왕따’를 당하면서 장기 결석을 한다. 결국 가출한 뒤 5~6명이 몰려다니면서 혼숙하고, 삶을 자포자기하면서 범죄를 저지른다. 그는 “대가족 시대에는 청소년들이 할아버지 등 웃어른과 이야기할 기회라도 있었지만 핵가족·가족해체 시대에는 가족도 이웃도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게 대안을 물었다. “2010년 11월부터 비행청소년을 보호할 목적으로 ‘사법형 그룹홈’을 운영해 보니 재범률이 60% 이상인 다른 관리체제와 달리 3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가정법원이 소년 1인당 월 교육비만 지원해 주는 등 열악한 상황 속에서 운영되고 있어 불안한 상태입니다. 미국과 일본처럼 법을 통해 정부가 지원해야 합니다.”
천 판사는 자나 깨나 소년 생각뿐이라는 뜻에서 ‘만사소년’, 법정에서 청소년들에게 애정을 갖고 지도하거나 호통을 쳐 ‘호통판사’라고 불린다. 1977년 부산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한 그는 부산고등법원, 창원지방법원 소년부를 거쳐 2013년 2월 부산가정법원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소년재판을 맡을 정도로 비행청소년 지도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