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여당 대표의 신중치 못한 발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김 대표는 지난 24일 부산 한국해양대에서 열린 ‘청춘무대 김무성 토크쇼’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봐야 한다”며 정부의 북핵 정책과 정면 배치되는 발언을 했다. “세계적으로 핵실험을 두세 번 하면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고도 덧붙였다. 이를 둘러싼 파장이 커지자 “인정이 아니라 간주”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문제의 발언을 해프닝으로 넘기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우선 이날 발언은 진행자와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왔다. 사전에 질문 내용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 대표는 질문을 받고 답변을 하기 전에 “이 말을 하면 문제 발언이라 하겠지만…”이라고 전제했다. 자신이 하는 말의 무게를 알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김 대표가 언급했던 “두세 번의 핵실험을 거치면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발언도 사실과 다르다. 통상 핵무기의 소형화·경량화, 이를 운반할 수 있는 수단(장거리 로켓), 핵무기의 실전배치 삼박자를 갖춰야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 북한은 세 번의 핵실험을 했지만 성공 여부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는 없다. “북한이 핵능력을 강화하고 있다”고는 할 수 있을지언정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김 대표의 실언은 처음이 아니다.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에 들어 있는 내용’이라며 유세에서 낭독한 발언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되자 “찌라시(정보지) 내용을 토대로 한 보고서를 받아서 얘기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정기국회 후 개헌 논의의 봇물이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가 하루 만에 “내 불찰이었다”며 물러서기도 했다.

그의 말은 집권 여당의 목소리로, 자칫 ‘정부의 북핵정책에 변화가 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봐야 한다”는 말이 한반도에 불러올 파장을 생각했다면 쉽게 할 수 없는 발언이다.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집권 여당이 오히려 정부와 정책 엇박자를 내고 혼선을 조장하는 것은 국민에게도, 박근혜 정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수영 정치부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