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5일 열린 ‘서울총장포럼’ 창립총회에 참석한 대학 총장들이 박수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 전혜정 서울여대 총장, 송희영 건국대 총장, 유기풍 서강대 총장, 이용구 중앙대 총장,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 구기헌 상명대 총장, 두번째줄 왼쪽부터 이정구 성공회대 총장, 신구 세종대 총장, 정창근 동국대 총장 직무대리, 강신일 한성대 총장, 한헌수 숭실대 총장, 김상래 삼육대 총장, 한병문 명지대 부총장. 연합뉴스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5일 열린 ‘서울총장포럼’ 창립총회에 참석한 대학 총장들이 박수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 전혜정 서울여대 총장, 송희영 건국대 총장, 유기풍 서강대 총장, 이용구 중앙대 총장,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 구기헌 상명대 총장, 두번째줄 왼쪽부터 이정구 성공회대 총장, 신구 세종대 총장, 정창근 동국대 총장 직무대리, 강신일 한성대 총장, 한헌수 숭실대 총장, 김상래 삼육대 총장, 한병문 명지대 부총장. 연합뉴스
“세계 명문대학들이 운영하는 무크(MOOC·개방형 온라인 강좌)의 확산은 한국 대학들엔 위기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우리도 지금처럼 강의실에서만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안주할 때가 아닙니다.”(이용구 중앙대 총장)

서울 주요 대학 총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MOOC 확산과 전통적인 대학교육 방식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25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총장포럼’ 창립총회 자리에서다. 서울총장포럼은 서강대 이화여대 중앙대 숙명여대 등 서울지역 20개 대학 총장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날 총회의 화두는 미국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세계적인 명문대학들이 주도하고 있는 ‘국경 없는 콘텐츠 전쟁’이었다.

이들 대학은 수강 인원 제한 없이 누구나 온라인을 통해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개방형 온라인 강좌를 개설해 놓고 있다.

코세라(Coursera) 에덱스(Edex) 등과 같이 개별 대학의 온라인 강의를 모아놓은 MOOC 사이트에 접속하면 누구나 하버드대 예일대 스탠퍼드대 MIT 등이 제공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강좌를 들을 수 있다.

이미 코세라 한 곳에서만 지금까지 2200만명의 수강생이 세계 114개 대학에서 제작한 830여개의 강좌를 수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기풍 서강대 총장은 “영어권 국가에선 MOOC가 빠른 속도로 전통적인 대학 교육을 대체하고 있다”며 “강의 대부분이 영어로 진행되는 것이 국내 대학들이 MOOC 열풍에도 그나마 버티고 있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총회에선 학과제 폐지 등 대학 구조개선 방향에 대한 토론도 이뤄졌다. 최근 학과제 폐지를 골자로 한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안’ 추진 과정에서 교수, 학생들과 내홍을 겪은 중앙대 사례가 주로 거론됐다.

이 총장은 “한국 대학에선 학과가 운명 공동체와 같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생각이 박혀 있다”며 “교수들이 자신의 학과생들만이 아니라 단과대생, 넓게는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들려주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년째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내린 대학들의 재정 압박이 한계에 달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은 “지난 7년간 등록금을 사실상 인하해왔다”며 “이제는 등록금을 인하하기 전 수준으로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창근 동국대 총장 직무대리는 “대학 기부금에 대한 공제가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올해는 기부금 모금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며 “정부가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