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강 ‘유리병과 꽈리’(2014년)
김수강 ‘유리병과 꽈리’(2014년)
유리병 옆에 붉은 꽈리가 놓여 있다. 은은한 배경 속에 투박한 질감의 병과 붉은 꽈리가 있는 정물이 마치 세월의 때가 묻은 액자 속의 그림 같다. 이 사진이 그런 분위기를 띠는 이유는 만든 방법 때문이다. 사진가 김수강은 19세기 때 사용하던 검(고무액)프린트 방식으로 이 작품을 제작했다. 필름으로 사진을 찍고 종이에 감광제를 바른 뒤 네거티브 원판을 올려 빛을 쬐어 상을 맺게 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모든 과정에 작가의 손길이 닿다 보니 사진의 색과 톤에 사람의 심상이 젖어들어 가게 됐다.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완성되는 디지털에서는 구현하기 불가능한 느낌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예술가의 손끝에서 나오는 미묘한 감성을 재현할 수는 없다. 아날로그의 가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자료제공 갤러리주해)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