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시장 큰손들은 올해 ‘유럽과 인도 일본의 기술주’에 우선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 증시는 이들 지역보다 큰 관심을 끌지 못할 전망이다. 한국 호주 중국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38개국 투자전문가 259명이 홍콩 크레디트스위스 아시아인베스트먼트콘퍼런스(AIC) 현장투표를 통해 드러낸 속내다. 이들이 굴리는 8171억달러(약 900조원)가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 가늠할 지표기도 하다.

○한국 시장 투자 매력도…하위권

"한국 주식 늘리겠다" 단 3%뿐…아·태 최대 투자 콘퍼런스 AIC 단독 취재
글로벌 큰손은 올해 증시가 가장 가파르게 오를 지역으로 유럽(전체 응답자의 45.4%)을 꼽았다. 일본을 제외한 아·태지역(23.1%)과 미국(15.7%) 일본(12.2%) 주식시장에 대한 낙관론을 압도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인도(20%)와 중국 A주식(17%) 일본(16%) 시장에 관심이 높았다.

한동안 소외됐던 일본 증시 기대감이 커지면서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의 지속 가능성도 이번 콘퍼런스의 화두로 떠올랐다. 알리 나크비 크레디트스위스 아태지역 주식사업부 대표는 “인도와 일본 등은 새 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한 기대감과 아베노믹스 등 가시적인 증시 촉매제가 있기 때문에 투자자의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토 모토시게 도쿄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와 투자를 끌어올리는 아베노믹스 스테이지2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토 교수는 아베 총리의 공식 자문단 그룹인 경제재정정책위원회 위원이다.

이와 달리 한국 증시에 대한 관심은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주식 비중을 늘리겠다’는 응답은 3%로 14개 아태지역 주요국 가운데 9위에 그쳤다.

업종별로는 기술주(19.9%)와 사치성 소비재(Consumer discretionary·16.4%) 헬스케어(15.8%), 금융주(14.4%) 등의 순이었다. 반면 유가 및 원자재 값이 폭락함에 따라 에너지 및 원자재 관련주(44%)는 압도적인 기피 대상에 올랐다.

○최대 투자 리스크는 ‘유럽 이슈’

유럽의 지정학적 이슈는 올해 주식시장의 최대 리스크로도 꼽혔다. 시장에 기대가 큰 만큼 리스크에 대한 관심도 높다는 얘기다. 유럽 문제는 미국의 통화긴축(23.7%)과 중국의 저성장 및 신용위기(18.7%)보다 더 폭발력이 강한 돌발 리스크로 지목됐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 강연에서 “유럽은 상품 서비스 농산물 등 에너지와 원자재를 제외한 모든 것이 풍족한 시장”이라며 “당장 2~3%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향유할 순 없지만 올해 유럽시장이 크게 회복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미국 중앙은행(Fed) 매파로 분류되는 리처드 피셔 전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가 “Fed가 미국 경제 회복 수치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은 연말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도 이 같은 긍정적 전망에 힘을 보탰다.

참석자의 50.2%는 현재 배럴당 46달러인 유가(서부텍사스원유 기준)가 올해 50~80달러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40~5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은 27.8%였다.

홍콩=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