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항의 컨테이너 하역료 인상을 두고 항만 물류 업계와 선주 업계가 대립하고 있다. 글로벌 물류 기업인 허치슨이 운영하는 부산 북항의 자성대 부두 전경. 부산항만공사 제공
부산 북항의 컨테이너 하역료 인상을 두고 항만 물류 업계와 선주 업계가 대립하고 있다. 글로벌 물류 기업인 허치슨이 운영하는 부산 북항의 자성대 부두 전경. 부산항만공사 제공
부산 동구 초량동에 있는 부산 북항. 2006년 부산 강서구 성북동에 부산 신항이 생기기 전만 해도 그냥 부산항으로 불렸던 곳이다. 부산 신항 때문에 이름만 바뀐 게 아니다. 물류 중심지라는 명성도 빼앗겼다. 2007년 1268만TEU(ITEU=20피트 크기의 컨테이너 1개)였던 물동량은 7년 만에 600만TEU 수준으로 반토막났다.

부두 절반이 남아도는 탓에 컨테이너 하역료는 곤두박질쳤다. 항만 하역 업체들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고, 정부는 이르면 올 상반기 중 이들의 적자를 보전해주는 수준으로 하역료를 조정할 예정이다. 그러자 부산 북항을 이용하는 선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수출입 업체까지 들고 일어났다. 부산 북항 하역료가 인상되면 인천항과 광양항의 하역료도 덩달아 오르고, 선사에 운송료를 주는 화주들 부담도 커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른바 부산 북항발(發) 하역료 분쟁이 시작된 것이다.

○1000원 vs 2만원

해양수산부는 지난 1월부터 물류 전문가 2명, 항만물류협회, 선주협회 등과 함께 부산 북항 하역료 개편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작년 4월 신고제로 운영하던 하역료를 인가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항만운송법을 개정한 뒤 벌이고 있는 후속작업이다. 해수부는 상반기 중 부산북항의 하역료 개편 작업을 마치고 오는 7월부터 최저 하역료 수준을 정하는 형태로 인가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선주협회는 협의체에서 TEU당 4만5000원인 부산북항의 하역료를 1000~3000원가량만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운사들의 경영 상태도 좋지 않은 데다 하역료가 크게 오르면 중국에 물동량을 빼앗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항만물류협회는 이보다 높은 수준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윤수 항만물류협회장은 “기존 요금의 50% 수준인 TEU당 2만2000원(약 20달러)은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6위권인 부산북항의 하역료가 경쟁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세계 1위인 중국 상하이항은 10만원, 일본 도쿄항은 17만원의 하역료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하역사들은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부산북항의 4개 부두를 운영하는 CJ대한통운과 허치슨, 동부익스프레스, BIT 등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적자를 보고 있다. 신선대부두를 맡고 있는 CJ대한통운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390억원의 적자를 봤다.

○하역료 인상 도미노 우려

선사들은 부산북항 하역료 인상에 반발하고 있다. 주로 부산신항을 쓰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같은 대형 선사보다는 부산북항 이용률이 높은 중소형 선사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해수부가 정하는 하역료 하한선이 정찰가격처럼 통용돼 부산북항의 하역료가 인상되면 인천항과 광양항의 하역료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부산북항의 물동량은 671만TEU로 인천항(234만TEU)과 광양항(234만TEU)을 합한 것보다 많았다.

무역업체들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부산북항 하역료가 오르면 선사들이 하역료 인상분을 화주들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선사들은 하역업체에 TEU당 4만5000원을 주고 화주인 무역업체로부터 11만5000원 정도의 운임을 받는다.

박윤환 무역협회 물류협력실장은 “항만 하역업체들의 수익성 보전을 위해 인가요금이 시장가격보다 높게 결정되면 수출입업계가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것”이라며 “자율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해수부가 적정요율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기로 해 큰 파문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부산 북항의 하역료에 대해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으며 업계의 여러 의견을 잘 반영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인설/김보라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