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지수가 650선을 넘어섰다. 최근 저점이었던 지난해 12월18일(527.52)과 비교하면 약 100일에 걸쳐 지수가 23% 올랐다. 전 세계에 불고 있는 바이오주 열풍에 유가증권시장 대형주의 상대적 약세,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등의 재료가 겹치면서 코스닥지수를 밀어 올렸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승세가 과거와는 확연히 구분되며,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닥지수가 6년9개월 만에 650선을 돌파한 25일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의 시세판이 종가(651.05)를 나타내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닥지수가 6년9개월 만에 650선을 돌파한 25일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의 시세판이 종가(651.05)를 나타내고 있다. 연합뉴스
○차이점 1 : 조정이 없다

25일 코스닥지수 종가는 651.06으로 6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바이오, 제약, 전자부품, 엔터테인먼트 등의 업종이 번갈아 가며 지수를 부양한 결과다. 최근 100일간의 코스닥 그래프는 큰 굴곡 없는 우상향 직선이다. 작은 재료에도 심한 등락을 보였던 이전의 양상과는 딴판이다. 쉽게 뜨거워지는 대신 빨리 식어 ‘양은냄비’에 비유됐던 코스닥이 ‘무쇠솥’으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바이오주 열풍이 한국에도 상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지난해 7월 바이오주에 거품이 끼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주가 방향은 반대였다. 나스닥 시장 바이오주 업종지수는 옐런 의장 경고 이후 오히려 40% 이상 올랐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정부가 차세대 먹거리의 선두주자인 바이오 업종의 거품을 쉽게 꺼트리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이 주가를 띄우고 있다”며 “그 영향으로 한국 바이오주들도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한은의 금리인하가 가세하면서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620~630선을 가볍게 돌파했다는 분석이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저금리로 늘어난 유동성이 코스닥으로 집중되고 있다”며 “물 들어오면 모든 배가 뜬다는 말이 있는데 상대적으로 가벼운 배인 코스닥이 먼저 뜨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차이점 2 : ‘개미’ 아닌 ‘큰손’이 산다

과거 상승장과의 또 다른 점은 매수 주체다. 지난 100일간 코스닥 주식을 가장 많이 사들인 주체는 기관이었다. 기관은 이날 760억원을 포함해 이 기간에 4489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 순매수액 1304억원의 3배가 넘는 액수다.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로 지수가 올랐다가 기관의 매도세가 거세지면 지수가 꺾였던 과거와 뚜렷하게 구분된다.

최근 코스닥에 들어온 기관 자금 4489억원 중 연기금에서 2741억원, 보험에서 1878억원이 나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한 번 주식을 매입하면 최소 1년 이상 보유하는 장기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들인 만큼 코스닥지수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퇴직연금을 통해 중소형주 매입을 희망하는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 담당 이사는 “기관들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형 상장사에 긴 호흡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당장의 실적보다는 성장에 대한 기대감에 매수세가 밀려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이 함께 오르고 있는 것도 향후 시황을 밝게 보는 요인이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저금리 상황에서 돈이 움직일 곳이 마땅치 않다”며 “미국 금리인상 이슈가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형석/김희경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