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1, 12일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릴 현대음악 공연 ‘라이트 나우 뮤직 2015’에 참가하는 미국 연주단체 ‘알람 윌 사운드 앙상블’.
내달 11, 12일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릴 현대음악 공연 ‘라이트 나우 뮤직 2015’에 참가하는 미국 연주단체 ‘알람 윌 사운드 앙상블’.
클래식 음악을 웬만큼 좋아한다는 사람들도 ‘현대음악’이란 단어 앞에선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모든 음악은 당대의 현대음악이었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은 1913년 5월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극장에서 초연될 당시 관객들이 폭동을 일으킬 정도였지만 100여년이 지난 지금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악성(樂聖)’ 베토벤조차도 현악사중주 9번을 발표한 뒤 비난에 시달렸다. 기존의 가볍고 발랄한 실내악과 달리 무겁고 복잡한 곡이었기 때문이다. 베토벤은 “이 곡은 당신(비난하는 사람)이 아니라 후대를 위해 쓴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베토벤 실내악 작품 가운데서도 걸작으로 손꼽힌다.

현대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 공연이 잇따라 열린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곡가 메시앙부터 21세기 작품까지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매년 선보이는 ‘아르스 노바’가 대표적이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진은숙 서울시향 상임작곡가가 엄선한 다양한 현대음악을 들려주는 공연이다.

먼저 내달 1일에는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최수열 부지휘자의 지휘로 존 케이지, 엘리엇 카터 등 미국 작곡가들이 일상의 소리를 낯설게 포착한 곡을 연주한다. 내달 7일엔 정명훈 예술감독이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처음으로 아르스 노바 공연의 지휘를 맡는다. 프랑스 현대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의 권위자로 불리는 정 감독의 메시앙 연주를 보고 들을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앙리 뒤티외, 파스칼 뒤사팽 등 프랑스 현대 작곡가들의 작품도 무대에 올린다.

내달 11, 12일 문화역서울 284(옛 서울역사)에선 하루 8시간씩 진행되는 현대음악 공연 ‘라이트 나우 뮤직(Right Now Music) 2015’가 열린다. 대표적인 팀은 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인 ‘알람 윌 사운드(Alarm Will Sound) 앙상블’이다. 디지털과 어쿠스틱, 기계음과 목소리를 혼합하는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클래식 음악을 새롭게 해석한다. 바로크 음악과 현대음악을 결합한 독일의 고음악 앙상블 ‘U3’와 한국의 현대음악 그룹 ‘거문고팩토리’ 등도 출연할 예정이다. 앉아서는 물론 눕거나 돌아다니면서 공연을 볼 수도 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을 추모하는 통영국제음악제에서도 다양한 현대음악을 만날 수 있다. 올해는 27일부터 내달 5일까지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진행된다. ‘상주 작곡가’로 선정된 마크앤서니 터니지(영국)의 오페라 ‘그리스인’과 터키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파질 사이의 곡이 무대에 오른다. 윤이상에게 국제적 명성을 안겨준 ‘예악’도 선보인다.

스트라빈스키나 쇼스타코비치의 작품도 불과 수십년 전에는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금은 전 세계 공연장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곡가들이 현대인의 감성을 담아 만든 곡을 들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아닐까.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