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한국의 성장 엔진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중이 3년 연속 추락해 지난해 100% 아래로 떨어졌다. 수출의 성장 기여도도 눈에 띄게 하락세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표 기업들마저 수요 부진, 엔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극심한 내수 부진 속에서 그나마 한국 경제를 뒷받침한 것은 교역이었다. 이마저 힘을 잃으면 저성장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경고가 나온다.

26일 한국은행의 ‘2014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GNI 대비 수출입 비중은 99.5%로 전년(106.1%)보다 6.6%포인트 떨어졌다. 2009년(94.6%) 이후 최저치이자 3년 만에 100% 선을 깬 것이다. 이 비중은 2011년 113.5%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하락했다.

GNI 대비 수출입 비중은 한 국가의 경제가 교역에 얼마나 의존하는지 보여주는 척도다. GNI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외되는 국내 기업의 일부 해외생산까지 반영한다. 신승철 한은 국민소득총괄팀장은 “생산구조가 복잡해진 현대엔 GNI 대비 수출입 비중을 통해 국가별 교역 경쟁력 등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93년 49.3%에 불과했던 이 비중은 1998년 70%, 2007년 80%를 돌파하며 고속 상승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글로벌 수출업체로 성장한 시기와 겹친다. 이 비중이 단번에 정점으로 치솟은 2010~2011년은 삼성전자가 선보인 갤럭시 시리즈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시점이기도 했다.

한국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우려도 물론 있었다. 신 팀장은 “한국은 독일 다음으로 수출입 비중(GDP 대비)이 가장 높은 국가”라며 “경제 전체가 대외 환경 때문에 흔들리기 쉽다는 게 약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속에서 수출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효자였다.

하지만 중국과 유럽 등 세계 경제가 둔화하면서 수출까지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은에 따르면 수요 부진에 저유가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수출 물가는 2.0% 하락했다. GNI 대비 수출입 비중 하락이 가장 큰 원인이다. 중국 업체의 추격과 경쟁 심화로 스마트폰 가격 등도 예전만 못하다. 엔저도 악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수출지향성 성장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란 보고서에서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가 1980~2000년대 1.0%포인트에서 2010~2014년 0.6%포인트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1월과 2월 수출이 감소(전년 동월 대비)하는 등 이상신호가 나타나자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4%에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내수와 함께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서 경쟁력을 잃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정구현 KAIST 경영대 초빙교수는 “새로운 수출 동력을 얻기 위해선 규제·노동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유미/김우섭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