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여년 전 종교 박해로 스페인에서 쫓겨난 유대인의 후손이 조상의 땅에 돌아올 수 있게 됐다.

스페인 하원은 25일(현지시간) 자국으로부터 1492년 강제로 추방된 유대인 후손에게 시민권을 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상원의 승인 절차가 남았지만 무난히 통과돼 오는 5월 공식 발효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스페인에서 살던 유대인을 지칭하는 ‘세파르디 유대인’의 후손은 그동안 스페인에서 2년간 살고 이전 국적을 포기해야만 시민권을 얻을 수 있었다. 앞으로는 국적 포기 등의 조건 없이 세파르디 유대인의 후손이란 것만 증명하면 된다.

스페인이 781년간의 무슬림 지배를 끝내고 통일을 이룬 1492년 세파르디 유대인은 국왕의 칙령에 따라 가톨릭으로 개종하거나 나라를 떠나야 하는 갈림길에 섰다. 수백년 동안 스페인에서 터를 잡고 살아왔던 이들 유대인 수십만명은 뿔뿔이 흩어져야만 했다.

스페인 정부는 법이 시행되면 약 9만명이 시민권을 신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1492년 추방은 스페인 역사에서 가장 큰 실수로 이를 바로잡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