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대출 소진 눈앞…재원 확보 '골머리'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연 2%대의 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 열기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출시 사흘 동안 전환액이 14조원에 달한 것으로 금융위원회는 추정했다. 금융위는 하루에 4조원 넘게 대출이 이뤄지는 추세를 고려하면 이르면 27일, 늦어도 내주 초께 연간 한도로 정한 20조원을 모두 소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심전환대출은 단기·변동금리·만기일시상환 위주의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4일 출시됐다.

금융당국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당황하고 있다. 대출 규모가 연간 한도에 다다른 상황이지만 추가로 대출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다. 재원을 확보하려면 주택금융공사의 자본을 늘려 주택저당증권(MBS)을 추가로 발행하도록 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여기다 안심전환대출을 가계부채 대책으로 내놨지만 정작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보다는 중산층이 혜택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부담이다. 때문에 당분간은 추가 판매가 없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부 놀라게 한 시장 수요

안심전환대출은 첫날인 지난 24일 하루에만 4조3727억원이 나갔다. 건수 기준으로는 3만6814건이었다. 25일에도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4조2436억원이 전환대출됐다. 26일도 분위기는 다르지 않았다. 오후 6시 기준으로 3조7515억원의 안심전환대출이 이뤄졌다. 금융위는 27일 오전 최종 집계가 이뤄지겠지만, 26일까지 사흘 동안 전환대출 규모가 1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20조원이 찬다고 해서 바로 접수를 중단하는 건 아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도가 소진되는 날 신청한 사람은 받아 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수요가 뜨겁지만 당장 2차 판매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안심전환대출의 재원은 주택금융공사의 MBS 발행으로 마련하는데 20조원에다 추가 매물이 더해질 경우 시장에서 소화하기가 만만치 않아서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은행들이 떠안는다고 해도 한꺼번에 많은 물량을 받기는 어렵다”며 “결국 MBS 금리와 전환대출 상품 금리가 동반 상승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추가 판매를 위해서는 주택금융공사 자본금 증액도 이뤄져야 하는데, 이는 주택금융공사 법 개정 사항이라 국회 통과에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대주주인 정부와 한국은행에 출자를 설득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민 아닌 중산층 타깃”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안심전환대출을 다시 내놓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추가 판매를 하더라도 안심전환대출을 받을 수 있는 자격 요건을 서민이 혜택을 보기 어려운 지금과 같이 정할 것이냐는 논란이다.

은행들은 애초 금융당국과 함께 안심전환대출을 설계할 때부터 “서민보다 중산층에 수혜가 돌아가 문제 소지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금리가 상승했을 때 빚을 연체하거나 파산하는 이들은 2금융권, 혹은 신용대출로 생활비를 쓰는 서민이 대부분인데 안심전환대출은 집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다. 안심전환대출은 이자만 갚는 거치기간(3년) 없이 바로 원금과 이자를 합해 갚아야 한다. 따라서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인 사람만 혜택을 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