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회 "관세청장은 '통관시스템 세일즈맨'…재임 중 수출 2배로 늘릴 것"
김낙회 관세청장(사진)은 틈만 나면 해외 출장을 간다. 올 들어서만 네 차례, 작년 7월 말 취임 이후 8개월 동안 여덟 차례나 나갔다. 한 달에 한 번꼴이다.

통관 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분쟁을 예방하고 기업들의 수출입 관련 애로를 줄이기 위해 해외 세관을 방문하는 것은 역대 관세청장의 공통된 행보다. 하지만 그의 해외 출장에는 또 다른 목적이 있다. 한국의 통관시스템인 UNI-PASS(유니패스)를 해외에 수출하는 것. 김 청장은 “재임 중 통관시스템 수출을 확대하는 게 최대 목표”라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한 나라의 경제국경을 책임지는 관세청장이 이처럼 ‘통관시스템 수출 세일즈맨’을 자처하는 이유는 외국 세관에 자국의 통관시스템을 이식(수출)할 경우 유·무형의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통관시스템이란 원산지 확인, 수출입인증, 화물 신고, 관세 등 각종 세금 납부 및 환급 등 통관과 관련된 전체 시스템을 뜻한다. 김 청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외국 정부가 한국의 전자통관시스템을 도입하면 무역분쟁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한국 업체가 해당국에 상품을 수출할 때 통관 절차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국내 기업들이 해당 국가와 교역을 하면서 편의성이 크게 증대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외국 정부가 한국의 통관시스템을 채택하면 한국 기업은 해당국과 교역할 때 국내와 똑같은 환경에서 통관절차를 밟는다.

시스템을 구축한 뒤 전산정보 등에 대해 사후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는 추가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도 있다. 해당 국가 세관과의 협력이 쉬워져 불필요한 무역분쟁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김낙회 "관세청장은 '통관시스템 세일즈맨'…재임 중 수출 2배로 늘릴 것"
하지만 이런 장점이 있다보니 통관시스템 구축을 놓고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전 세계 220여개국 가운데 미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 20여 선진국들은 자체적으로 통관시스템을 구축했다. 나머지 200여개국 가운데 90개국엔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가 전자통관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

또 영국이 31개국, 싱가포르가 15개국, 룩셈부르크가 20개국에 진출해 있다. 후발 주자인 일본은 현재 2개국에만 수출했지만 자금력과 우수한 인력 등을 바탕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

한국 관세청은 지금까지 카자흐스탄, 몽골, 에콰도르, 도미니카, 탄자니아 등 9개국에 1억560만달러(약 1164억원) 규모의 전자통관시스템 수출 실적을 올렸다.

2017년까지 추가적으로 9개국에 2억달러(약 2206억원)어치를 수출한다는 목표다. 목표대로 되면 누적 진출국가는 18개국, 총 수출 규모는 3000억원을 웃돈다.

현재 경쟁관계에 있는 영국과 룩셈부르크는 유럽과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통관시스템 수출 전선을 넓히고 있다.

싱가포르와 일본은 각각 아프리카와 동남아에 강점을 갖고 있다. 김 청장은 아프리카 일부 지역과 동남아, 중남미 등을 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다른 나라와 달리 100% 전자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세일즈를 하고 있다. 김 청장은 “27일 에티오피아 관세청장과의 회의에서도 한국의 통관시스템 운영 노하우를 설명해 좋은 반응을 얻는 등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올 연말까지 추가로 1억달러 규모의 통관시스템을 해외에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