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후준비, 3층 연금쌓기가 답이다
올해 정부 예산 중 복지예산은 115조7000억원으로 전체의 30.8%를 차지한다. 복지예산이 3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로 어르신들에 대한 기초생활연금 등 기초생활보장의 수혜 폭을 넓히고 지급규모도 확대한 데 따른 것이다. 노인빈곤율이 48.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제일 높은 상황에서 정부도 국민의 최저생활보장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앞으로다.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현재 13.1%다. 2026년에는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세계에서 유례없는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본격적인 고령화의 쓰나미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그런데 벌써 복지예산은 30%를 넘어섰고, 정부는 어깨가 무겁고 힘겨워 보인다.

복지예산은 세금이고 국민과 기업의 부담이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고령인구가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 복지예산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 저출산으로 세금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부양해야 할 사람은 크게 늘어나고 있어서다.

과도한 복지지출은 국가를 위태롭게 한다. 부채가 급증하고 심하면 재정절벽에 이르러 디폴트를 맞을 수도 있다. 과거 세계무대에서 절대 강국으로 명성을 자랑했던 스페인과 그리스가 몰락의 위기에 빠진 것도 과도한 복지비용과 실업급여를 버텨내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결국 국민의 생활을 보장하는 국가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노후는 개인이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노후를 준비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공적 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3층 보장’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국민연금으로 기본적인 생활 기반을 마련하고, 퇴직연금을 통해 안정을 도모하며, 개인연금으로 본인이 필요한 만큼 추가보완하면 된다. 미국 영국 독일 등 고령화를 일찍 맞은 선진국들은 3층 보장을 통해 국민이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도록 유도하고, 정부는 각종 혜택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한국도 3층 보장 시스템이 나름대로 구축돼 있지만 아직 크게 부족하다. 공적 연금인 국민연금의 가입률이 대상인원의 48%에 그치고 있고,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가입률은 각각 19%와 12%에 불과하다. 이들 연금의 소득대체율 역시 국민연금 27%, 퇴직연금 9%, 개인연금 6%로 총 42% 수준이다.

이처럼 3층 보장시스템의 노후 소득대체가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 정부 차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 공적 연금과 사적 연금의 역할 분담과 함께 사적 연금 활성화를 통한 노후준비 강화가 절실하다. 국민들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등 사적 연금을 통해 스스로 노후준비를 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해야 한다. 사적 연금에 대한 세제혜택 강화, 고령을 앞둔 40~50대에 대한 추가 인센티브, 저소득층의 사적 연금 가입에 대한 보조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자녀리스크까지 감안한다면 연금은 더욱 안전한 노후대책 수단이다. 한국 부모처럼 자녀교육과 결혼에 과도하게 지출하고 궁핍한 노후를 감내하는 나라는 없다. 자녀세대 역시 취업이 어렵고 보수도 적다 보니 부모를 쳐다보게 된다. 부모는 이런 사정을 외면하기 힘들다.

길어진 노후를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은퇴 이후 소득이 은퇴 전의 70%는 돼야 한다고 한다. 기본적인 생활비는 줄지만 의료비와 간병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젊었을 때부터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일찍 시작하는 만큼 복리의 마법을 통해 노후에 훨씬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준비의 중요성을 역설한 “나무를 베는 데 1시간이 주어진다면, 도끼를 가는 데 45분을 쓰겠다”는 명언이 떠오른다.

이수창 < 생명보험협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