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지난 27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삼성 벤처 라운드 테이블’ 행사를 열었다. 이선종 삼성벤처투자 
사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삼성그룹 제공
삼성그룹은 지난 27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삼성 벤처 라운드 테이블’ 행사를 열었다. 이선종 삼성벤처투자 사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삼성그룹 제공
의료용 모니터를 만드는 벤처기업 코제의 오영수 대표는 2010년 10월 창업 이후 3년간 제품 개발에 매달렸다. 회사 직원이 10명에 불과하지만 누가 뭐래도 품질 하나는 자신있었다. 문제는 판로였다. 신생 업체가 만든 의료기기를 선뜻 사겠다는 병원을 찾기가 어려웠다. 이런 고민은 작년 12월 삼성으로부터 3억원을 투자받으면서 깨끗이 사라졌다. 오 대표는 “그동안 ‘제품은 좋은 데 회사가 작다’는 이유로 제품 구입을 망설이던 병원들의 태도가 달라졌다”며 “국내는 물론 중국과 태국에서도 주문이 들어오고 글로벌 의료장비 회사 세 곳과도 납품 협상을 시작했다”고 즐거워했다.

삼성의 벤처기업 지원이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은 작년 9월 정부의 창조경제 육성 정책에 따라 대구시와 손잡고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열었다. 이후 지난해 11월부터 5년간 유망 벤처기업에 총 2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매달 투자 기업을 발굴하기 위한 ‘삼성 벤처 파트너스 데이’ 행사를 열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까지 코제를 비롯해 19개사에 7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 27일에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삼성 벤처 라운드 테이블’ 행사를 열고 그동안 벤처기업 지원 성과를 점검했다.

삼성의 벤처 투자는 일회성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고 삼성 브랜드와 사업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오 대표는 “삼성 직원들이 1주일에 한두 번씩 회사를 방문해 조언해주고 삼성메디슨이나 삼성의료원에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처음엔 창조경제가 뭔지 잘 몰랐는데 이제는 조금 실감이 간다”고 말했다.

작년 5월 디자이너 한 명과 함께 남성용 수제화 사업을 시작한 아티파이드브러셔의 이경민 대표도 올해 1월 삼성으로부터 5000만원을 투자받으면서 판로 걱정을 덜었다.

삼성이 계열사인 제일모직 매장에서 수제화를 팔 수 있도록 판매 공간을 마련해줬기 때문이다. 이 회사 수제화는 구두에 게이터(각반)를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소비자가 스타일에 따라 구두나 부츠로 신을 수 있다. 이 대표는 “투자금 규모보다 삼성 인프라(판매 매장)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더 마음에 든다”며 “제일모직 매장에서 물건을 팔다 보디 우리 제품을 알아주는 곳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벤처기업 지원 외에도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경북지역 중소기업의 낡은 공장을 첨단 공장으로 바꾸는 스마트 팩토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7년까지 400개 스마트 팩토리를 육성할 계획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