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마켓인사이트] 대세는 대체투자…국민연금·KIC, 비중 10% 넘긴다
국민연금은 올해 52조원을 대체투자에 쏟아붓는다. 전체 자산 517조원의 10%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해 비중은 8.6%였다.

한국투자공사(KIC)는 더 적극적이다. 작년 9.5%이었던 비중을 15% 선까지 확대한다. 좋은 물건만 있으면 20%까지도 늘린다는 전략이다. 국내 투자시장을 대표하는 국민연금과 KIC가 대체투자 비중을 두 자릿수로 늘리는 것은 처음이다. 채권시장은 초저금리 시대를 맞았고 국내 주식시장도 뚜렷한 상승동력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보니 이들 전통 투자 상품만으로는 도저히 수익을 맞출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작용했다.
[단독/마켓인사이트] 대세는 대체투자…국민연금·KIC, 비중 10% 넘긴다
○헤지펀드·파생상품까지 투자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인 마켓인사이트가 올해 10대 연기금의 분야별 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 대다수가 ‘국내 채권 비중 축소, 국내외 대체 비중 증가’를 화두로 꼽았다. 주식 채권에 연연하지 않고 돈 되는 상품이면 무엇이든 담겠다는 얘기다. 과거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던 각종 파생상품과 개발도상국 개발 건까지 적극 검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올해 처음으로 헤지펀드 투자를 단행한다. 부동산 분야에서는 뉴욕, 런던 등 비교적 안정적인 중심 도시의 업무용 빌딩을 주로 사들였지만 최근에는 동유럽, 북유럽 등 안정성이 다소 낮은 대신 수익성이 높은 지역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올해는 해외 주식과 해외 채권 비중도 소폭 늘리기로 했다. 반면 지난해 54.9%에 달하던 국내 채권 비중은 낮출 예정이다.

KIC도 올해 대체투자를 확대하는 대신 주식과 채권 비중은 떨어뜨리기로 했다. 대체투자 분야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글로벌 국부펀드들과의 공동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뉴욕, 런던 외에 중동지역에도 해외사무소를 두기로 했다.

우정사업본부 예금사업단은 53%에 달하는 단기금융상품을 45%대로 낮춘다. 대신 지난해 4%였던 해외 투자를 올해 7%까지 확대한다. 미국 등 선진국 중심이던 해외 채권을 지역별로 다변화해 수익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돈 되면 무엇이든 담는다”

다른 공제회와 연금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앞다퉈 해외, 대체 비중을 늘려 잡았다. 다만 국민연금, KIC처럼 대규모 부동산이나 인프라 투자는 힘든 만큼 틈새 대체상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교직원공제회, 사학연금은 고수익 추구형 투자 상품인 오퍼튜니티(opportunity) 펀드, 투자 후 추가 개발 등을 통해 가치를 높이는 밸류애드(value-add) 투자를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유가 하락기를 기회 삼아 에너지 분야 투자에도 나설 계획이다. 사학연금은 올해 3년 만에 국내 블라인드 PEF(투자 목적을 사전에 정하지 않은 사모펀드) 출자에도 나선다. 1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두세 곳의 운용사에 나눠줄 계획이다.

공무원연금도 고수익 부동산 투자 건을 계속 찾고 있다. 또 올해는 파생결합증권(DLS) 투자를 적극 검토한다. 다양한 지수를 활용해 저금리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취지다. 지방행정공제회는 올해 대체투자 비중이 전체 투자 규모의 절반을 넘어서게 된다. 처음으로 해외 PEF 출자에도 나설 방침이다.

새마을금고도 올해 국내 채권투자 비중을 줄이는 만큼 대체투자를 늘려나갈 예정이다.

박민호 사학연금 자산운용관리단장(최고투자책임자·CIO)은 “기준금리가 1%대까지 내려가다 보니 더 이상 채권 투자로 수익을 내기가 불투명해졌고 국내 증시도 4년 가까이 답답한 구간에 갇혀 있다”며 “해외시장, 특히 대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대체투자(alternative investment)

주식 채권 등 전통적 투자상품에서 벗어나 부동산, 사모펀드, 인프라스트럭처 등에 투자하는 것으로 최근에는 항공기 기숙사 테마파크 등 투자 범위가 실물 전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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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봉/좌동욱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