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문재인 원맨쇼' 경계 목소리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취임 50일을 맞은 29일 국회 사랑재의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단군신화의 곰’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문 대표는 “곰이 100일 동안 마늘과 쑥만 먹고 사람이 되지 않았나. 앞으로 50일을 더 먹어 당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 신망을 잃은 제1야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대목이다. 지난 50일간의 성과에 대해서는 “거의 꺼져가던 불씨를 되살려낸 정도”라고 평가했다.

취임 직후 이승만 박정희 전직 대통령에 대한 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보수층을 아우르려는 그의 행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최근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문 대표는 24.9%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11.8%), 박원순 서울시장(11.5%) 등 경쟁자를 ‘더블스코어’ 이상 앞서며 11주 연속 독주했다. 상승세가 주춤해졌지만 당 지지율이 20% 후반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문재인 효과’로 볼 수 있다.

문 대표의 광폭 행보를 반대하고 경계하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당 일각에서는 문 대표가 대선 행보를 너무 일찍 시작한 게 아니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유력 대선주자인 문 대표 중심의 ‘원맨, 원이슈(one man, one issue)’ 방식의 당 운영에 불만이 쌓이고 있다. 언제든지 당내 불협화음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취임 후 경제정당을 표방하면서 자신의 브랜드로 내세운 ‘소득 주도 성장론’의 실체에 의구심을 보이는 이들도 많다. 이 같은 경계와 주장은 현재로선 당내 ‘소수 의견’이어서 표출되지 않고 잠복해 있다. 하지만 문 대표 자신의 실수나 선거 패배 등 귀책사유가 생기면 사정은 달라질 것이란 게 일부 중진들의 지적이다.

다수결의 합의체 방식을 따르는 정당정치에서 소수 의견은 무시되기 쉽다. 리더십 위기는 다수 의견보다는 ‘귀에 쓴’ 소수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은 데서 오는 경우가 많았다. 수많은 시험무대를 앞에 둔 문 대표는 상황과 시기에 따라 소수 의견이 얼마든지 다수 의견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손성태 정치부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