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카메라모듈 제조업체인 코웰이홀딩스(코웰)가 31일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한다고 한다(▶본지 3월28일자 A1, 6면 참조). 한국계 기업으로 홍콩에 상장하는 첫 사례인 데다 3년 전 코스닥을 떠난 기업이라는 점이 우리의 특별한 관심을 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겠다”는 것이 코스닥 상장 폐지 사유였다고 하니 더욱 그렇다.

코웰의 홍콩증시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5억달러(약5500억원)로 코스닥을 떠날 당시 시가총액(900억원)의 6배 규모다. 올 매출이 1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이런 유망기업이 왜 코스닥에선 주목받지 못했는가. 곽정환 코웰 회장은 1992년 봉제인형 제조업체를 차려 1990년대 말 매출 2000억원짜리 중견기업으로 키워낸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인형 제조업에 미래를 걸 수 없다며 2003년 당시 매출 10억원대에 불과하던 코웰전자를 인수했다. 그 뒤 코웰은 2008년 매출이 500억원으로 불어나며 그 해 코스닥에도 입성했다.

코웰은 코스닥 상장 후 3년간 순이익이 4배 이상 크게 증가했지만 주가는 제자리걸음이었다. 그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코웰이 애플 협력사라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게 한국의 주식시장 수준이다. 때마침 한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코스닥 상장 폐지 후 홍콩 재상장’ 카드를 내밀며 글로벌 자본시장으로 갈 것을 제안하자 코웰은 미련없이 한국을 떠났던 것이다.

코스닥이 이런 기업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건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투기적 시장흐름이 구조화돼 있는 데다 엉터리 실적 전망이 판치는 등 제대로 된 분석 보고서조차 찾기 어렵다. ‘코스닥 디스카운트’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상장에 따른 자금조달, 상장유지 등에 규제가 많기는 한국 시장이 유별나다. 우량기업들이 상장을 꺼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다른 기업도 국내시장을 떠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코스피, 코스닥 등 거래소 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빈말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