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가 핀다

내 첫사랑이 그러했지
온밤내 누군가
내 몸 가득 바늘을 박아넣고
문신을 뜨는 듯
꽃문신을 뜨는 듯
아직은
눈바람 속
여린 실핏줄마다
핏멍울이 맺히던 것을
하염없는
열꽃만 피던 것을…

십수삼 년 곰삭은 그리움 앞세우고
첫사랑이듯
첫사랑이듯 오늘은
매화가 핀다

시집 《버마재비 사랑》 (시와시학) 中


멀리 남녘에서 꽃소식이 들려오더니 어느덧 동네 매화도 꽃망울을 터뜨렸습니다. 문신처럼 새겨진 첫사랑의 추억이 코끝을 간질이네요. 그 첫사랑 같은 아픔을 딛고 매화는 꽃을 피웁니다. 뼛속 사무치는 추위가 짙은 매화향을 만들어 낸다는 것. 이 봄, 매화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아닐까요.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