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돌기 시작했다. 외국인은 3월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만 2조8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 중 요즘 부쩍 눈에 띄는 것은 유럽계 자금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 완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한 이후 외국인 순매수의 주력으로 유럽 자금이 부상한 것이다. 증시에선 자연스럽게 유럽 투자자 입맛에 맞는 ‘유럽 수혜주’를 찾는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 2000대 이상으로 유가증권시장 반등을 이끈 동력은 유럽계 자금이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 들어 국내에 가장 많이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영국계다. 통상 영국계 자금 대부분은 헤지펀드 자금으로 추정되는데 과거 국내 시장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헤지펀드들이 주식을 빌려 파는 공매도 물량을 청산하면서 순매수세가 대거 들어온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유로존의 구매자관리지수가 18개월 만에 50을 넘어서고 독일과 영국 증시 대표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유럽 경기 회복 기대가 커지면서 유럽에서 넘쳐난 자금 일부가 한국 증시에 유입되고 있다.

이 같은 유럽 자금의 한국 증시 매수세는 이제 ‘시작 단계’라는 평이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매수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유럽계 자금”이라며 “지난달 유입된 유럽 자금의 73%가량은 스위스프랑 급락에 따른 캐리 자금으로 ECB의 유동성 효과는 막 시작된 단계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으면서도 실적 개선이 뚜렷한 종목이 유럽 자금의 구미에 맞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주이면서 실적 개선 기대가 큰 반도체 업종이 수혜 후보로 우선 꼽힌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지금과 상황이 비슷하던 2011~2012년 1·2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시기에도 반도체 업종 수익률이 좋았다”며 “실적 개선 기대와 바스켓 매매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TV 와우넷 전문가의 시각도 비슷했다. 민박사(민경무 대표)는 “안정성과 환급성이 좋은 종목에 유럽계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전자, 현대차, 한국전력 등 대형주를 지목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