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18조 한국형 전투기 사업 따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사장 하성용·사진)이 건군 이래 최대 무기 도입 프로젝트인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을 따냈다. 개발비 8조원에 120대 생산비용을 포함하면 총금액이 18조1000억원에 달한다. KF-X는 제한적인 스텔스 능력을 갖춘 4.5세대 미디엄급 항공기로 개발된다. 방위사업청은 30일 열린 제87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서 F-4, F-5 등 노후 전투기를 대체할 국산 전투기를 개발할 우선협상대상자로 KAI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2025년 1호기 납품

고등훈련기 T-50과 경공격기 FA-50, 기동헬기 수리온 등을 개발한 KAI는 입찰에 참여한 대한항공보다 개발계획 및 개발능력, 비용평가 등에서 앞섰다. KAI는 오는 6월 정부와 개발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2002년 11월 합동참모회의에서 한국형 전투기가 필요하다고 결정한 지 13년 만이다.

개발 기간은 6월부터 2025년 11월까지며 개발사업 예산은 8조6691억원이다. 이 중 KAI 등 국내외 업체가 20%, 인도네시아 정부가 20%를 투자한다. 한국형 전투기 초도비행은 2021년 12월로 예정돼 있다. KAI는 공군 시험을 거쳐 2025년 12월 1호기를 납품한 뒤 2032년까지 120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KAI는 스텔스 능력을 보강하고 성능 개량 작업을 거쳐 2035년께부터 2차분 120대가량을 제작, F-16을 대체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KAI, 18조 한국형 전투기 사업 따냈다
하성용 사장은 “그동안 각종 항공기 개발에 참여한 연구인력이 1300명이고 협력업체가 203개”라며 “자주국방력을 키우고 항공산업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이끌 차세대 전투기 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효과 90조원 이를 것”

KF-X는 기계식 레이더를 장착한 KF-16이나 FA-50과 달리 미국 F-35처럼 에이사(AESA) 레이더를 장착하는 등 첨단센서, 정보융합, 스마트 무장 운용으로 목표물을 정밀 타격할 수 있도록 개발된다.

추력 대 중량비는 1.3으로 1.1에 불과한 F-35보다 기동성이 뛰어나고 최고 속도(마하 1.9)도 F-35(마하 1.6)보다 빠르다. 그렇지만 5세대 전투기로 분류되는 F-35보다 스텔스 능력과 무장, 엔진 성능과 연료량 등에서 뒤진다. KF-X는 레이더 반사 면적을 줄이는 설계에 국한된 반면 F-35는 열적외선과 전자파 방출량, 소음까지 줄이고 가시성(可視性)도 낮췄기 때문이다.

F-35는 각종 무기를 동체에 실을 수 있는 내부 무장창도 있다. KAI는 2차 생산분부터 내부 무장창을 확보하고 추력을 높여 국내에서 개발한 무기를 더 달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KAI 관계자는 “KF-X 양산에 성공하면 경제적 효과가 90조원에 이르고 항공기 개발 및 기술, 군수 지원, 사업관리, 구매 등으로 연인원 30만명 이상의 고급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KF-X의 대당 가격은 700억~800원 수준이 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남창희 인하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국산 전투기 개발은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데다 한반도 평화 안정에도 중요하다”며 “중국과 일본, 미국이 전투기 개발 경쟁에 나선 만큼 정권에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개발비를 확보하고 일관되게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승욱 선임기자/김대훈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