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아시아의 마지막 ‘프런티어 마켓’으로 손꼽히는 미얀마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미얀마에 진출한 일본 기업은 205개로, 2011년 군부에서 민간 정부로 정권이 이양된 후 3년 만에 네 배로 급증했다. 작년 10월 일본 3대 은행이 미얀마 내 은행 면허를 취득한 데 이어 일본 손해보험사도 조만간 영업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일본은 미얀마 거래소 설립, 노동법 개정 등에까지 깊숙이 관여하면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미쓰비시 미얀마 식품사업 진출

'잠 깨는' 미얀마 파고드는 일본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상사는 미얀마 대기업인 캐피털다이아몬드그룹과 제휴해 미얀마 식품사업에 진출한다. 미쓰비시상사는 캐피털다이아몬드에서 분리되는 제분과 커피 제조 판매 사업 자회사에 지분 30%를 투자하기로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규제가 엄격한 미얀마에서 외국계가 대기업에 지분을 출자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일본 기업 첫 사례”라고 전했다.

지난해 미얀마 정부가 유통업 등을 외자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자 일본 유통업체도 미얀마 시장 공략에 잰걸음을 내딛고 있다. 일본 최대 유통업체 이온은 수도 양곤에 금융 자회사를 세워 개인용 가전 등에 대한 할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편의점 프랜차이즈업체 로손도 미얀마 진출을 추진 중이다. 일본무역진흥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말 미얀마에 진출한 일본 기업은 205개로 전년 대비 59개(40%) 증가했다. 테인 세인 대통령 집권 전인 2011년에는 50개 남짓에 불과했다. 지난 2월 말 기준 직접투자 허가액도 59건, 3억9100만달러로 불어났다.

◆미얀마 금융시장 싹쓸이

일본은 1954년 처음 미얀마 경제 지원에 나선 뒤 1988년 9월 군사정권이 들어서기 전까지 최대 30억달러를 차관으로 지원했다. 군사정권 시절 미국 등 서방의 대(對)미얀마 제재 속에서도 미얀마 주요 인사의 일본 방문이나 실무자 연수 등을 통해 유대관계를 이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가 세인 대통령을 만나 미얀마에 260억엔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다.

미얀마는 2011년 군부 지배를 종식한 뒤 경제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정부와 기업의 꾸준한 노력도 최근 들어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 미얀마 정부는 지난해 10월 미쓰비시도쿄UFJ은행과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미즈호은행 등 일본 3대 은행에 대해 영업허가증을 교부했다. 허가를 받은 6개국 9개 은행 중 일본계만 3개였다.

오는 4월 예정된 미얀마 보험 면허 교부 때도 일본 보험사들이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얀마 재무부가 면허 교부 보험사 선정 조건으로 미얀마 진출 기간을 가장 중요하게 보겠다는 방침을 정했다”며 “손해보험재팬, 도쿄해상화재, 미쓰이스미토모해상 등 3개사가 유력하다”고 지난 23일 보도했다. 이들 3개사는 미얀마 민주화 이전인 1990년대부터 미얀마에 거점을 두고 있다. 증권업 면허에서도 다른 나라 업체보다 한 발 앞서가고 있다. 미얀먀는 국영 미얀마경제은행과 다이와종합연구소, 일본거래소그룹 등이 합작으로 거래소를 설립하고 10월 개장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 공동으로 미얀마 노동법 정비에도 참여하고 있다. 일본 기업의 미얀마 진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노동 분야의 투자환경 정비가 급선무라는 판단에서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