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가 중동 부호들의 새로운 ‘자산관리 허브’를 표방하며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두바이에 이어 아부다비까지 개인 자산관리 시장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후발주자인 아부다비는 비밀주의로 무장한 스위스 은행들의 영업 방식을 ‘죽은 모델’이라고 비하하며 중동 부호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아부다비 국제금융센터인 아부다비국제시장(ADGM)의 아흐메드 알리 알사예흐 대표는 30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의 부는 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런 변화를 바탕으로 중동에서 자산관리 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고 말했다. 알사예흐 대표는 “스위스의 비밀주의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죽은 모델”이라며 “아부다비는 투명성을 보장하는 싱가포르 모델로 자산가를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아부다비가 중동의 자산관리 시장에 눈독을 들이게 된 이유는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국제 컨설팅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2013년 5조2000억달러였던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의 자산관리 시장은 5년간 연평균 7.7% 성장이 예측된다. 같은 기간 세계시장 연평균 성장률(5.4%)을 웃돈다.

아부다비가 자산관리시장에 뛰어들면서 10여년 전부터 시장 개척에 나섰던 두바이도 반색하고 있다. 스위스와의 경쟁 레이스에 원군이 생겼기 때문이다. 스위스를 누를 수 있다면 UAE의 자산관리 시장이 크게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처드 텡 ADGM 규제담당 책임자는 “싱가포르가 금융업을 강화하면 홍콩의 기능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많았는데 그런 일은 나타나지 않았다”며 “두바이와 아부다비도 서로 보완관계를 이뤄 시장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