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인사실험' "업무 20%, 평가에 쏟아라"
대한상공회의소가 처음 외부 전문업체에 의뢰해 인사평가를 시행했다. 반(反)기업 정서 해소와 규제 완화를 전담하는 조직도 신설했다. 조직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기업 지위 향상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사진)의 철학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대표 조직으로 발돋움하나

대한상의는 31일 기업 환경을 개선하고 회원 서비스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기업환경조사본부를 신설해 산하에 기업문화팀과 규제혁신팀, 고용노동정책팀을 설치했다. 기업문화팀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도록 국내외 기업의 윤리경영 사례 등을 보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업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도록 선진 관행과 규범도 조사한다.

규제혁신팀은 규제 업무를 총괄하고 기업의 투자활동을 뒷받침한다. 지방자치단체별 규제 현황을 담은 ‘전국 규제 지도’를 작성하는 업무도 맡는다. 조사본부에서 기업환경조사본부로 옮긴 고용노동정책팀은 일자리 창출과 노동 현안을 조사하고 회원사 지원 업무를 담당한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대한상의가 회원사 지원뿐 아니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이바지해 업무 범위를 넓히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함께 재계를 대표하는 조직으로 발돋움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한상의는 비슷한 업무도 통폐합했다. 회원사업본부 아래에 국내외 기업 정보를 통합 제공하는 경영정보서비스팀을 신설했다. 이로써 6본부 3실 39팀을 7본부 2실 37팀으로 개편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박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으로 취임한 뒤 1년8개월간 새로운 역할을 모색했다면 이제는 본격적인 변화와 발전을 위해 실천에 나서야 한다는 게 박 회장의 뜻”이라고 말했다.

○“20% 시간을 평가에 투자”

대한상의는 지난 18일 임원급 인사에 이어 이날 팀장급 승진 인사도 시행했다. 작년 9월 외부 컨설팅 업체에 의뢰해 새로운 인사 평가 시스템을 만들어 이를 적용한 첫 조치다. 연공서열식 인사에서 벗어나 업무 성과에 따른 파격 인사가 있었다는 게 대한상의 내부 평가다.

평가가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팀장이 팀원을 성과와 역량으로 나눠 평가하도록 했다. “인사권자는 업무 시간의 20% 이상을 직원 인사 평가에 투자해야 한다”는 박 회장의 인사 철학에 따라 평가 사항을 15개 세부 항목으로 나눠 진행했다. 평가 대상 직원들이 인사 결과를 이해할 수 있도록 평가 내용을 상세히 서술하도록 했다.

승진 대상자에 한해서는 일반 인사 평가와 별도로 승격 평가를 진행했다. 승격 평가는 2년 정도 지난 뒤 재검증받을 수 있다. 박 회장은 “인사는 누구를 탈락시키기 위한 게 아니라 조직 역량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과 인사를 통해 경제계 대표단체의 위상을 굳히려는 대한상의의 행보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