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20년 불황 타개한 일본의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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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선 도쿄/산업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
“엔저(低)로 인해 중소기업과 도쿄를 제외한 지방 경제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일부에서는 ‘말라죽고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오키 히로미 일본 국제무역투자연구소 사무국장은 ‘지난 3년간 이어진 아베 신조 총리의 엔저 정책이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는 기자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국제무역투자연구소는 정부 산하 기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의 부정적인 단면을 외국 기자에게 담담히 설명했다. “이미 예상한 부작용이었고, 정부는 이를 감수한 채 엔저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대기업 사정은 좋다. 엔저로 수출 경쟁력이 살아나서다. 일본 대기업(닛케이 225)의 영업이익률은 2013년 한국 기업을 추월했다. 내수 시장이 주력인 중소기업은 다르다. 엔저로 원자재 수입 가격이 올라 비용 부담이 늘었다. 대기업들이 없는 지방 도시들도 덩달아 어려워졌다.
‘왜 부작용을 알면서도 엔저를 밀어붙이느냐’고 되물었다. 오키 사무국장의 논리는 명쾌했다. “한국과 중국은 무섭게 쫓아온다. 일본은 기술로 이들을 따돌리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선 기술력이 좋은 대기업을 밀어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했다.
이쯤에서 드는 의문이 있었다. 중소기업 단체나 노동자들의 반발은 없었을까. 역시 대답은 간단했다. “일본은 20년간 경기 불황을 겪은 만큼 지금 경쟁국을 따돌리지 않으면 영원히 뒤처질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대답이었다.
히타치, 후지필름 등 최근 수년간 수천명 이상의 근로자를 구조조정한 기업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일본 노동계는 임금협상철마다 파업을 하는 ‘춘투(春鬪)’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엔 이 같은 움직임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20년간의 시행착오를 더 이상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아파도 치료는 하고 가야 한다’는 의지로 똘똘 뭉쳐 있다. 특유의 원천 기술이 더해지며 다시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런 모습이 자기 이익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한국의 노·사·정 모습과 겹쳐지면서 우리 경제가 은근히 걱정스러워졌다.
남윤선 도쿄/산업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
오키 히로미 일본 국제무역투자연구소 사무국장은 ‘지난 3년간 이어진 아베 신조 총리의 엔저 정책이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는 기자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국제무역투자연구소는 정부 산하 기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의 부정적인 단면을 외국 기자에게 담담히 설명했다. “이미 예상한 부작용이었고, 정부는 이를 감수한 채 엔저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대기업 사정은 좋다. 엔저로 수출 경쟁력이 살아나서다. 일본 대기업(닛케이 225)의 영업이익률은 2013년 한국 기업을 추월했다. 내수 시장이 주력인 중소기업은 다르다. 엔저로 원자재 수입 가격이 올라 비용 부담이 늘었다. 대기업들이 없는 지방 도시들도 덩달아 어려워졌다.
‘왜 부작용을 알면서도 엔저를 밀어붙이느냐’고 되물었다. 오키 사무국장의 논리는 명쾌했다. “한국과 중국은 무섭게 쫓아온다. 일본은 기술로 이들을 따돌리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선 기술력이 좋은 대기업을 밀어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했다.
이쯤에서 드는 의문이 있었다. 중소기업 단체나 노동자들의 반발은 없었을까. 역시 대답은 간단했다. “일본은 20년간 경기 불황을 겪은 만큼 지금 경쟁국을 따돌리지 않으면 영원히 뒤처질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대답이었다.
히타치, 후지필름 등 최근 수년간 수천명 이상의 근로자를 구조조정한 기업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일본 노동계는 임금협상철마다 파업을 하는 ‘춘투(春鬪)’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엔 이 같은 움직임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20년간의 시행착오를 더 이상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아파도 치료는 하고 가야 한다’는 의지로 똘똘 뭉쳐 있다. 특유의 원천 기술이 더해지며 다시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런 모습이 자기 이익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한국의 노·사·정 모습과 겹쳐지면서 우리 경제가 은근히 걱정스러워졌다.
남윤선 도쿄/산업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