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31일 특보단, 청와대 참모진과의 비공개 오찬에서 최근 현안으로 등장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미국의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를 둘러싸고 미·중 사이에 낀 ‘샌드위치 외교’ 논란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언론이나 이런 데서 우리가 강대국 사이에 끼었다고 ‘어이쿠 큰일났네’ 하는데 너무 그럴 필요 없다”며 “우리는 의연하게 여러 가지 정보를 갖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민적 자긍심과 자신감, 긍정적 사고와 도전정신을 갖고 갔으면 좋겠다. 신뢰가 중요한 만큼 우리 시대의 외교도 경제도 원칙과 일관성을 갖고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박 대통령은 또 “국정을 운영하는 한팀이 된 것은 특별한 인연이고 변화 발전된 모습을 본 후세의 후일담이 될 수 있도록 매진하자”며 “어려움이 없는 시절이 어디 있느냐. 나중에 세월이 지나고 나면 ‘이런저런 어려움을 잘 극복했지’ 하면서 웃을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창조경제혁신센터 사업을 설명하면서 “특보들도 기회가 되면 혁신센터를 한번 둘러보시라”고 주문했다.

청와대 관저에서 진행된 이날 오찬은 전날 오후 갑작스레 일정이 잡힌 ‘번개 오찬’이었다. 주호영·윤상현·김재원 정무, 이명재 민정, 임종인 안보, 김경재·신성호 홍보 특보까지 특보단 전원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이병기 비서실장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 10명도 모두 함께했다. 특보단 구성 완료 이후 특보단과 청와대 참모진이 박 대통령 주재 행사에 함께 모인 것은 처음이다.

한 참석자는 “1시간 반 동안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편안하게 대화가 오고 갔다”며 “대화 도중 대통령께서 부드러운 농담이 섞인 재미있는 얘기도 꺼내 많이 웃었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