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자문단 "급여체계 바꿔라"
일한만큼 가져가는 BMW 임금 갈등 없어
도요타는 직능급 도입 이후 세계 1위 질주
독일 BMW 근로자들은 지난해 ‘16개월치 월급’을 받았다. 12개월치 월급에 개인·기업 실적에 따른 성과급 4개월치를 합친 것이다. 밀라그로스 안드레 BMW 인사·노무담당 사장은 “근로자 사이에 ‘일한 만큼 가져간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임금 문제로 갈등을 겪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BMW를 포함한 독일의 자동차산업 임금체계는 2002~2004년 진행된 ‘하르츠 개혁’의 일환으로 새로 정립됐다. 통일 후유증에 시달리던 독일은 노조 측이 고용과 임금 등 노동조건에서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양보한 대신 고용주는 1인당 근로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노·사·정 대타협을 달성했다.
임금체계는 직무·성과 위주로 바꿨다. 기본급은 17개 등급으로 구분되며 연공성을 배제했다. 근로자의 지식과 능력, 사고력, 소통 능력 등을 노사가 함께 구성한 인사위원회가 평가해 등급을 결정한다.
성과급은 개인과 기업으로 나뉜다. 전년도 근로자 개인의 근무량, 프로젝트 기간, 동료 간 협력 등을 지표화해 기본급의 최대 14%까지 차별화한다. 기업 성과급은 실적에 따라 0이 될 수도 있다.
일반적인 생산직 근로자(5등급)의 기본급은 4000만원 수준이다. 산별노조인 금속노조(IG메탈)가 사용자협의회와 단체교섭을 하기 때문에 전국 생산직 근로자의 연봉 수준이 비슷하다. 안드레 사장은 “성과급에서 연봉 차이가 크게 벌어지기 때문에 작업 효율성이 높다”고 말했다.
○성과 임금체계로 세계 1위 도요타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1023만대를 판매했다. 2007년 미국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1위에 오른 이후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다. 도요타가 세계 1위로 오른 배경에도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가 있다.
도요타는 2000년 기본급에 성과와 직무에 따른 직능급을 적용했다. 2004년에는 연공적 성격의 연령급을 폐지하고 개인 숙련도를 반영하는 숙련급과 생산성을 기준으로 하는 생산성급을 추가했다.
전체 연봉에서 1년 인사평가로 결정되는 직능개인급과 직무·자격에 따라 지급하는 직능기준급이 각각 30%를 차지한다. 숙련급과 생산성급이 20%씩이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직원 역할과 능력, 성과에 따른 보상 체계를 확립하면서 개개인에게 일할 동기를 부여한 덕분에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일본 자동차업체인 닛산과 혼다도 도요타의 임금체계 변경 이후 기존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급 위주의 임금체계를 도입했다.
○여전히 호봉제 유지하는 현대차
이에 비해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여전히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다. 기본급은 개인이나 회사 성과에 상관없이 근속연수에 따라 자동으로 오른다. 기본급의 1000%(현대차)에 이르는 정기상여금이나 근무시간에 연동하는 야근·특근 수당도 기본급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오래 근무할수록 많아진다.
강성 노조가 시간당 생산량 등 근무강도를 철저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선 근로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다. 근로자들은 일한 시간만큼 돈을 벌기 때문에 근로시간이 늘어난다. 기업들은 과도한 노동비용 부담 때문에 국내 고용을 늘리기 어렵고, 결국 해외에 공장을 늘리게 된다.
생산량을 늘리려면 근로시간을 늘리는 것 외엔 방법이 없는 현재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현대·기아차는 생산성을 높이는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임금체계 개선위원회를 통해 임금체계를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단순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노조는 근로자의 생활 안정성을 내세워 완전 월급제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직무나 생산성에 상관없이 호봉제 기반의 정액 임금을 받겠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사는 2일 5차 임금체계 개선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뮌헨=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