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자수성가한 120명의 기업가들엔 상상과 이성 사이 균형 잡는 '사고의 이중성'이 있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지난달 발표한 ‘2015 세계 부호’에 따르면 자산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이상인 억만장자는 1826명이다. 상속을 통해 억만장자 반열에 올라선 이도 있지만 상당수는 자수성가형 기업가다. 세계 최대 컨설팅업체 중 하나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파트너 존 스비오클라 글로벌리더 팀장과 존 코엔 PwC 부회장은 ‘자수성가한 억만장자의 특징(The Self-made Billionaire Effect)’이란 책에서 이들의 DNA를 파고들었다. 저자들은 세계 억만장자 가운데 무작위로 래리 페이지, 스티브 잡스와 같은 120명의 자수성가형 기업가를 뽑아 인터뷰 등을 통해 공통된 특징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은 일반인과 달리 독특한 ‘사고의 습관’을 갖고 있다는 점을 찾았다.

상상과 이성적인 판단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사고의 이중성’이 그것이다. 이는 상충되는 견해에 같은 가치를 갖고 고려할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이런 사고의 이중성을 ‘프로듀서(producer)’ 마인드라고 지적했다. 이중적인 사고 습관을 가진 이들은 프로듀서가 될 수 있지만 단편적인 사고, 즉 이성적 판단에만 탁월함으로 보이는 사람은 ‘퍼포머(performer)’에 머물 수밖에 없다. 프로듀서는 상상력을 발휘하고 사람과 자원을 모아 새로운 개념을 창조해 그것을 필요로 하지 않았던 고객에게 판매한다. 새로운 수요와 시장을 개척한다는 얘기다. 반면 퍼포머들은 기존 시스템과 구조 안에서 성공할 수 있지만 비즈니스 개념 및 창조, 마케팅,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범위에 걸친 가치사슬에서는 프로듀서를 따라갈 수 없다. 성공한 창업가와 성공한 샐러리맨은 분명 다르다는 얘기다. 저자들은 또 억만장자의 25% 이상이 젊은 시절에 직장에서 해고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