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경남기업 대출 압력…2013년 '금甲원'을 고발한다
“대출 압력을 거절했더니 곧장 ‘보복 검사’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더군요.”(A은행 관계자)

검찰이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비리 의혹 수사 대상으로 경남기업 오너(회장)인 성완종 전 국회의원을 겨냥하고 있는 가운데 감사원도 2013년 금융감독원이 채권은행들에 대출 지원을 압박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기업은 1999년, 2009년, 2013년 등 세 차례에 걸쳐 은행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받은 부실기업. 은행 입장에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그럼에도 금감원이 경남기업 지원을 노골적으로 압박했다는 것이 당시 채권은행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금감원과 경남기업 간 연결고리는 성 회장이었다. 성 회장은 2013년 금감원을 국정감사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이었고 금감원장, 금감원 실무자와 같은 지역 출신이었다.

금감원이 “조금만 도와주면 살아날 기업(경남기업)인 데 왜 지원을 하지 않느냐”고 압박해오자 A은행과 B은행은 ‘울며 겨자 먹기’로 대출을 해줬지만 C은행은 끝까지 버텼다. 그러자 금감원은 ‘보복’을 암시하는 조치에 들어갔다고 한다. 갑자기 “여신 심사시스템 전반을 훑어보겠다”며 “10년치 여신승인 서류를 다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 C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이 요구한 자료는 1t 트럭 한 대 분량이었다”며 “더욱이 검사권을 갖고 있는 금감원 은행검사국이 아닌 기업구조조정담당국이 이런 요구를 해와 너무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 검사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은행 관계자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병원 입원까지 했다고 했다.

은행들이 입은 상처는 치유할 길이 없다. 그동안 2조2000억원을 쏟아부은 과정에서 회수하지 못하고 남은 대출 익스포저(위험노출액)만 1조원에 달한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으며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따라 은행 간 이견을 조정하는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당시 금감원이 어떤 연유로 ‘경남기업 살리기’에 나선 것인지는 향후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기촉법상 워크아웃제도가 경제적 논리가 아닌 정치적 압력으로 악용될 소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적잖은 논란을 남길 전망이다. 금감원이 ‘금갑(甲)원’으로 군림하는 이상 그럴 가능성은 더욱 커 보인다.

안대규 증권부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