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증시가 연일 상승하는 가운데 기업공개(IPO) 시장도 달아오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돈 풀기로 경기가 살아나고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 때문이다.

3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 1분기 유럽 증시의 IPO 규모는 200억달러(약 22조2000억원)에 달했다. 10억달러 이상의 대형 IPO도 5건이었다. 유로화 약세로 유럽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들이 유럽 IPO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뉴욕 증시에서는 10억달러 이상 IPO가 한 건에 불과했다. 전체 IPO 규모도 2009년 이후 최저(50억달러)를 나타냈다.

지난달부터 ECB가 국채 매입 등을 통한 양적 완화를 시행하면서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올 들어서만 15% 뛰었다. 유로화 약세로 유럽 기업의 실적 개선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유럽 증시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던 뉴욕 증시의 S&P500지수는 같은 기간 1%가량 올랐다.

데이비드 허머 크레디트스위스 글로벌 주식담당 대표는 “최근 미국의 주요 경제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고 있는 데 비해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 경제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투자자들을 유럽 증시로 끌어들이는 유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ECB의 경기부양책과 국제유가 하락, 유로화 약세, 각종 경제 지표 등이 모두 호재라서다. 네덜란드 은행인 ABN암로도 올해 150억유로(약 18조원) 규모의 IPO를 계획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업종 구분 없이 유럽 전역에서 IPO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며 “사모펀드 등 일부 기관투자가도 투자금 회수를 위해 인수합병(M&A)보다 IPO를 선호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유럽 증시가 미국보다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서도 “유럽 증시의 추세 반전이 두드러진 데다 앞으로도 ‘대어급’ IPO가 잇따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