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31일 오전8시44분

[마켓인사이트] 금융 수장이 'IB 롤모델'로 제시했는데…맥쿼리 IB사업부 대폭 축소
호주 맥쿼리그룹이 사업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한국 투자은행(IB) 사업부문을 대폭 축소한다. 맥쿼리는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한국 IB의 롤모델로 제시했던 회사다.

31일 IB업계에 따르면 맥쿼리금융그룹은 아시아 IB사업부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맥쿼리그룹은 한국에서 캐피탈과 증권, 자산운용 등의 사업부를 운영하고 있다. 자산운용 사업부는 서울 지하철 9호선과 케이블TV 사업자 씨앤앰, 서울~춘천고속도로 등에 투자해 지분을 갖고 있다. 맥쿼리인프라란 이름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다. 증권 사업부는 리서치와 트레이딩 업무를 한다. 캐피탈 사업부는 기업 인수합병(M&A)을 자문하는 기업금융(IB)과 부동산 투자를 지원하는 인프라 및 부동산 자문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맥쿼리가 축소를 결정한 사업부는 맥쿼리캐피탈의 IB 부문이다. 증권의 리서치, 트레이딩 업무와 캐피탈의 인프라 및 부동산 자문 부문은 남는다.

맥쿼리가 한국에서 IB 부문을 확 줄이기로 한 것은 사업성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만 하더라도 맥쿼리는 2011년 27억원의 적자를 낸 것을 시작으로 4년 연속 25억~204억원의 손실을 봤다. 2010년 말 182명이었던 임직원 수도 작년 말 86명으로 줄었다.

업계에서는 맥쿼리의 사업부문 가운데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하면서 인건비 비중이 높은 IB사업부가 첫 번째 구조조정 대상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IB시장이 골드만삭스 JP모간 크레디트스위스 등 대형 증권사 위주로 재편되면서 맥쿼리 같은 중소형 외국계 증권사들의 설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맥쿼리 관계자는 “기존 부동산 및 인프라 자문팀에서 M&A 자문업무를 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영효/정소람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