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슬릭타 "색다른 안목가진 한국에 R&D 투자 집중"
“한국은 전 세계 페인트 업계를 선도하는 시장입니다. 한국 소비자들은 색채에 까다롭고 민감해서 이들의 반응은 글로벌 시장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알베르토 슬릭타 악조노벨 특수코팅사업부 대표(사진)는 31일 “한국은 아시아 상위권 소비시장이며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곳이라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아직 한국 법인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한국이 최신 기술이나 디자인에 대한 ‘테스트 마켓’ 역할을 하는 만큼 전략적으로 의미가 높다는 설명이다.

악조노벨은 설립된 지 300년이 넘은 세계 1위 페인트 및 화학 회사다. 1646년 설립된 네덜란드의 악조와 스웨덴의 노벨인더스트리가 1994년 합병해 악조노벨이 됐다. 옥스퍼드대에서 화학을 전공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수상을 입사시험에서 떨어뜨린 회사로도 알려져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사가 있으며 전 세계 80여개국에 진출했다.

주력 사업은 페인트와 코팅, 화학이다. 듀럭스, 큐프리놀, 시코 등 건축용 페인트 브랜드를 판매하며 가전제품, 선박, 스마트폰 코팅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46억유로(약 17조6587억원)를 기록했다. 슬릭타 대표는 브라질 상파울루대와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MBA를 졸업한 뒤 악조노벨에 입사해 계면화학부 등을 거쳤다.

악조노벨은 매년 휴대폰, 가전,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군에 적용될 ‘유행 색상’을 발표하는 데 올해는 구리색에 오렌지빛이 가미된 ‘스무스 카퍼(구릿빛 금색)’를 골랐다. 삼성전자 갤럭시알파와 갤럭시S6에 이 색을 입혔고 애플도 아이폰6와 맥북 등에 적용했다. 슬릭타 대표는 “이렇게 고른 색상을 70여개의 컬러 효과와 금속 등 다양한 질감으로 표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슬릭타 대표는 악조노벨의 강점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꼽았다. 그는 “전 세계 200여곳의 공장과 각국 기술센터에서 첨단 과학이 집약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며 “한국을 혁신의 중심지로 키우기 위해 안산 공장의 연구기능을 크게 강화하는 등 R&D 투자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개발한 피부결을 만지는 것 같은 ‘소프트필’ 기능이 가미된 색상은 전 세계에 역수출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한국 법인은 1973년 삼성화학공업으로 설립된 뒤 2011년에 악조노벨에 인수됐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기아차 등에 납품하며 지난해 4000여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악조노벨은 국내 3위 페인트업체 노루페인트의 지주회사 노루홀딩스와 1980년 각각 60%, 40%의 지분을 투자해 선박용 페인트 합작법인 아이피케이(IPK)를 설립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