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 불안만 키운 '주먹구구 안심대출'
은행 창구마다 온통 야단법석이다. 그야말로 ‘광풍’이다. 지난달 24일 정부가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의 ‘인기 돌풍’이 은행 창구를 휩쓸었다. 정부는 내심 뿌듯해하는 모습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 같은 ‘초단기 대박 정책’이 없었던 탓이다.

정부가 두 팔 걷어붙이고 대출금리를 깎아주겠다는데 누가 싫어하겠는가. 안심서비스 대상에 포함된 사람들은 은행 창구로 몰려들었다. 일부는 가게 문을 닫고, 직장 샐러리맨들은 조퇴까지 하면서 은행으로 집결했다.

출시 첫날인 지난달 24일에는 4조9139억원이 단숨에 바닥났고, 나흘 만에 20조원이 나갔다. 정부는 부랴부랴 20조원을 2차로 긴급 투입했다. 2차분 대출 신청도 이틀째까지 4조원에 이른다.

정부의 무모한 '안심 서비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인기 못지않게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안심대출로 갈아탄 사람들이야 환호성이지만, 혜택을 못 받은 사람들은 근심만 쌓였다. 저소득층이 소외되고, 돈을 갚을 만한 사람들만 혜택을 봤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처음부터 자격의 형평성과 선정기준을 놓고 우왕좌왕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정부는 서민들이 부동산대출을 받을 때 ‘고정금리 분할상환’을 권유해왔다. 급격한 경기변동에 의한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등에 유리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안심전환대출(대출금리 연 2.6%) 신청 대상에서 ‘고정금리 분할상환 이용자, 2금융권 대출자’는 모두 뺐다. 최근 1년 새 고정금리로 돈을 빌린 사람들은 “정부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저축은행 대출자를 뺀 것을 놓고도 말이 많다. 저축은행은 일반은행 문턱을 쉽게 넘기 힘든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 1억원(대출금리 연 4.4%)을 빌린 사람이 안심대출로 갈아탔다면 이자부담만 연간 170만원 줄어든다. 10년이면 1700만원이다. 안심전환대출 신청자들의 평균소득은 연간 4100만원으로 중산층으로 조사됐다. 소득 하위 20%인 소득 1분위는 원금상환 방식의 안심전환대출을 이용할 수 없다.

임시방편보다 정공법을 써라

정부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지 않느냐’며 이해해달라고 말한다. 안심전환대출의 본래 목적이 이자를 깎아서 특정 계층을 돕자는 게 아니고, 급증하는 가계부채 위험을 줄이는 ‘구조 개선 조치’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가계부채 뇌관은 저소득층에서 터질 확률이 높다. 이들의 가계부채 구조 개선이 더 급하다.

최근 들어 주택 분양시장과 거래시장 회복세가 나타나면서 부동산담보대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전체 가계대출 1089조원 가운데 부동산대출 비중이 80%까지 치솟았다.

부동산대출은 시장활성화에 분명히 효과가 있다. 하지만 지나치면 시장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가계부채 폭발 위험을 경고하면서도 주택담보대출 급증을 방관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다. 안심대출이 향후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를 ‘하우스푸어 쓰나미’에 대한 ‘안심장치’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부동산 대출에 대한 합리적 조율과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

박영신 부동산전문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