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2학기부터 '선착순 수강신청' 사라진다
연세대가 수강신청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하고 나섰다. 국내 대학 최초로 학생들이 해당 과목에 배분한 마일리지를 기준으로 수강과목이 정해지도록 했다. 수강신청 시즌마다 반복되는 학생들 간의 치열한 눈치 싸움을 막기 위해서다.

연세대는 1일 서울 신촌캠퍼스 상남경영원에서 박진배 행정·대외부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개선안을 내놨다. 오는 2학기부터 적용되는 개선안의 골자는 개별 학생에게 일정 수준의 마일리지를 부여하고, 학생들은 이를 과목별로 배분해 수강신청을 하는 것이다.

예컨대 72점의 마일리지를 받은 A학생은 가장 듣고 싶은 과목에 30마일리지, 중요성이 떨어지는 과목에 15마일리지 등으로 배분할 수 있다. 수강 정원이 30명인 학과에 수강신청한 학생 중 30번째로 높은 마일리지를 써낸 학생의 마일리지가 20이라면 20보다 높은 마일리지를 적은 학생은 수업을 듣고, 그러지 않으면 해당 과목을 수강하지 못한다. 수강 신청에 실패한 학생들에게는 써낸 마일리지에 따라 대기번호가 발급되며 수강 정원이 넘치지 않은 다른 과목으로 옮겨 갈 기회도 주어진다.

학생에게는 해당 학기 수강 가능 학점의 4배까지 마일리지를 부여한다. 같은 마일리지로 ‘커트라인’에 걸린 수강 신청자가 많으면 △해당 학과 전공자 △더 많은 과목 신청자 △졸업신청자 등의 기준을 차례로 따져 수강자격을 부여한다.

수강신청 절차 전체를 마일리지 기준으로 바꾸는 것은 연세대가 처음이다. 국내 대학들은 수강신청 기간에 선착순으로 신청자를 받아 과목 수강자를 결정하고 있다. 순발력으로 수강 과목이 결정되는 시스템 때문에 일부 학생은 인터넷 속도가 빠른 PC방에서 밤을 새워 수강신청을 하거나, 반복적으로 수강신청란을 클릭하는 ‘클릭 자동화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도 한다. 연세대 관계자는 “이번 수강신청 개선안으로 본인의 의사에 따라 수강 과목이 결정되면서 수강신청 과열 현상이 진정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빠른 마우스 클릭 속도가 아닌 신청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세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단과대 특성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기 때문에 2학기 시행은 시기상조이고 충분한 시간동안 학생들과 더 소통하고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연세대는 연구논문 표절 방지를 위해 ‘국·영문 통합 표절검색 시스템’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과제가 제출되면 국내 논문 및 인터넷 자료는 물론 해외 데이터와도 대조해 표절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더욱 효과적으로 표절 문제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