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로 제한된 해외배출권 늘리고
무역부문 '탄소면제'는 없애야"
백광열 < 연세대 기후금융연구원장 >
한국의 탄소배출권 시장은 유럽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로, 올해 배출권 발행량은 5억3000만t이다. 한국 다음은 미국·캐나다의 대표적 거래제인 서부기후변화행동계획(WCI)의 2억7000만t이다. 100억t의 탄소를 방출하는 중국의 2014년 배출권 발행량은 고작 2400만t이었다. 그 많은 예산을 들여 기업에 부담을 주면서까지 출범한 배출권거래제는 한국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턱없이 크지만 국제사회에서 국격에 걸맞은 의무라고 할 수도 있다.
문제는 탄소관세다. 지금 체제에서는 무역집약도(수출+수입/수입+총매출)가 30%를 넘으면 배출권을 무료로 공급받는다. 얼핏 보면 유럽체제와 같지만 실제는 정반대 구조다. 유럽은 탄소를 규제하지 않는 국가의 기업과 경쟁할 경우에만 무료배출권을 허용한다. 세계 최초로 배출권거래제를 단독 진행하며 탄소를 규제하는 유럽과 달리 비유럽국가는 대부분 탄소규제를 안 하기 때문에 이 정책이 모든 국가를 겨냥한 것처럼 보였을 뿐이다.
한국의 제도는 수출 대상국의 탄소규제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기업에 배출권 을 면제해 준다. 그러나 유럽연합(EU),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한국의 정책은 ‘불공정 국가보조금’으로 분류돼 무역 보복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차라리 배출권거래제를 안 했으면 국제적인 주목을 받지 않았을 텐데 거래제는 시행하고 수출업체에는 배출권을 면제해 거래제를 안 한 것만 못하게 됐다.
프랑스는 EU에 탄소관세 정책을 강력 제안했다. 탄소관세안은 유럽 기업이 중국처럼 환경보호조치를 하지 않는 국가로 생산기지를 옮기거나 수입을 늘리는 현상을 방지하는 수단으로 EU가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재검토하면서 시작됐다. 프랑스는 탄소관세가 공정경쟁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지 무역전쟁을 일으킬 보호주의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탄소관세라는 용어 대신 ‘탄소포함 제도’로 표현을 바꿨다. 아르노 몽테부르 프랑스 산업부 장관이 탄소관세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고 세계무역기구(WTO)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 등도 탄소관세의 합법성을 인정했다. 미국도 자국산업을 보호하는 정책으로 탄소관세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유럽 기업은 탄소배출권을 비싸게 구입하고 탄소세를 내는데 한국은 수출기업에 무료배출권을 공급하는 탄소특혜를 부여하기 때문에 FTA협정 위반으로 무역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1988년 미·캐나다 FTA 후 미국은 캐나다의 무료의료보험은 기업에 대한 국가보조로 FTA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27년이 지난 지금도 캐나다는 전담팀을 꾸려 미국의 제소에 대응 준비를 할 정도로 FTA에서 기업보조는 극도로 예민한 사안이다.
일본은 탄소에 민감한 EU에서 한국 기업이 성공한 것은 탄소규제 회피로 생긴 원가절감에 기인한다며 한국을 공격하고 있다. EU는 한국의 환경 및 무역 정책으로 인해 EU 내 경제문제가 야기된다며 한국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고, 이는 아직 탄소규제를 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 보복이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되기도 한다.
해결방법은 있다. 일본처럼 탄소를 금융자산화하는 대신 현물로 거래하고, 5%로 제한된 저렴한 해외배출권을 늘려 탄소가를 낮춰 기업의 경쟁력을 살려주는 것이다. 동시에 무역부문 탄소면제는 없애 탄소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국가에는 탄소관세 칼날을 들이댈 수 있어야 배출권거래제에 지급된 막대한 비용을 합리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정도를 가면 중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고 일본의 시비도 차단할 수 있다.
백광열 < 연세대 기후금융연구원장 kwangyul.peck@yonsei.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