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프랑스 의회 하원은 ‘깊은 잠’ 법안을 통과시켰다.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에게 의사가 진정제를 투여하면서 음식과 수분 공급을 중단하는 것을 허용하는 게 핵심이다. 다음달 상원까지 통과하면 프랑스는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위스에 이어 유럽에서 다섯 번째로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가 된다. 아시아에선 태국이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오리건주(州)에서만 안락사가 합법이다.

안락사를 처음 법으로 허용한 곳은 네덜란드다. 2002년부터 안락사 허용법을 시행 중이다. 이후 인근 국가 환자들이 안락사를 위해 네덜란드를 찾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위스 등도 잇따라 안락사를 허용했다. 벨기에는 2013년 전체 사망자 가운데 안락사 비중이 4.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에게 영양 공급을 중단하거나 산소호흡기 등을 제거하는 존엄사(연명치료 중단)는 대부분 국가가 허용하거나 묵인하고 있다. 안락사는 약물 투입 등 적극적인 조치를 하는 데 비해 존엄사는 생명유지장치 제거 등 소극적인 방식이란 차이가 있다. 존엄사도 안락사와 마찬가지로 치료할 수 없거나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의 환자만 가능하다.

의사 2명 이상이 판단하게 하는 등 안전장치를 두는 곳도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와 아칸소주는 회복할 수 없는 혼수상태나 식물인간 상태, 영구적 무의식 상태에도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2007년 ‘종말기 의료결정 프로세스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말기 환자가 의료진으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들은 뒤 주체적으로 결정하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대만은 2000년 만든 ‘안녕완화의료 조례’에 따라 존엄사를 제한적으로 용인하고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