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1일 오후 2시 44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해외 기술 수출이 늘면서 관련 기업의 주가가 국제 인수합병(M&A)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갔다. 다국적 제약사 인수합병 소식이 국내 기업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동조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서다.

지난달 27일 유럽에서 판매 허가를 받은 동아에스티의 슈퍼항생제 ‘시벡스트로’가 대표적이다. 동아에스티가 개발, 2007년 기술 수출한 시벡스트로는 세 번의 손바뀜을 거쳐 다국적 제약사인 MSD의 품에 안겼다. 맨 처음 동아에스티의 슈퍼항생제 가능성을 눈여겨본 업체는 미국의 개발전문회사 트리어스. 상업화 성공 시 매출의 4~5%를 동아에스티가 로열티로 받는 조건이었다. 이후 트리어스는 항생제 전문 제약사인 미국의 큐비스트에 인수됐다. 큐비스트는 지난해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획득, 판매에 들어갔다.

큐비스트는 지난해 12월 글로벌 선두권 제약사인 MSD에 전격 인수됐다. 동아에스티 입장에서는 뜻하지 않은 호재인 셈이다.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과 바이오뷰티 황제주 메디톡스도 다국적 제약사 인수합병의 수혜주로 꼽힌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북미 판권을 갖고 있는 미국의 주사제 전문업체인 호스피라는 지난 1월 화이자에 매각됐다.

보톡스의 원조인 엘러간과 액상 보툴리늄 독소 기술계약을 맺은 메디톡스 역시 뜻하지 않게 인수합병 효과를 누리게 됐다. 연매출 9조원의 미국의 액타비스가 지난해 말 제약사인 엘러간과 6조5000억원 규모의 합병을 전격 발표한 것. 액타비스는 엘러간 인수를 계기로 여성헬스케어 연구개발과 투자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다.

액타비스의 엘러간 인수는 뜻하지 않게 동아에스티의 발기부전치료제에 악재로 작용했다. 액타비스는 지난달 말 동아에스티의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 해외 판권을 갖고 있는 메지온에 해외 라이선스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메지온은 2008년 액타비스와 계약을 맺고 자이데나의 북미 진출을 준비해왔다. 이번 계약 해지는 엘러간을 인수한 액타비스의 사업 구조조정 차원이라는 관측이다. 메지온은 새로운 북미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