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주택 거래가 2000년 이후 부동산 최대 호황기였던 2006년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계속된 전세난에 매매로 돌아선 전세 세입자가 늘어나고 있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부동자금이 주택시장에 몰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전국 연간 주택 거래량이 역대 최대인 2006년의 108만여건을 웃돌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1만2843건으로 2006년 실거래가 신고제가 도입된 뒤 3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전체 월간 거래량으로는 2006년 가을 부동산 성수기 때인 11월(2만4829건) 10월(1만9372건) 9월(1만3473건)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 1월부터 해당 월 기준으로 석 달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부동산 담보대출 규제 완화 및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을 포함한 ‘부동산 3법(法)’ 국회 통과에 힘입어 비수기인 연초부터 거래가 급증했다. 2000년 이후 국내 주택시장은 2006년과 2007년 정점을 찍은 뒤 2008년 금융위기 발생으로 침체에 빠졌다.

최근 주택 거래 흐름을 보면 실수요자와 투자수요자가 함께 늘어나고 있는 게 특징이다.

강남3區 거래량·집값 껑충…'부동산 불패' 외치던 9년前 비슷

신혼부부와 세입자 등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소형 아파트 밀집 지역인 노원구(1164건)와 강서구(1008건)가 25개 자치구 중 거래량 1,2위에 올랐다.

재 건축 추진이 잇따르면서 투자자 발길이 잦은 강동구(875건)와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구(761건)가 뒤를 이었다. 전용면적 59㎡·3억원 이하 소형으로만 이뤄진 노원구 중계동 중계그린은 1월 22건을 시작으로 2월(12건) 3월(13건) 등 매달 10가구 이상 거래됐다.

주택시장 방향타 역할을 하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지난달 아파트 거래량은 2228건으로 2006년 10월(3270건)과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반짝 매수세가 붙었던 2009년 6월(2448건) 등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집값이 평균 2억8500만원 올라 금액 기준으로 상승 1위 아파트인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 전용면적 140㎡는 지난달 5일 24억8000만원에 팔렸다. 3.3㎡당 거래 가격이 6000만원에 가까운 국내 최고가 한강변 재건축 추진 단지로 지난해 12월 24억원에 집주인이 바뀐 뒤 3개월 만에 다시 거래됐다.

단지 내 상가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가장 작은 전용 72㎡ 시세가 12억원을 웃돌 정도로 비싸지만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유예로 개발이익을 거둘 수 있는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에는 투자 문의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재건축이 끝난 새 아파트 집값도 강세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천역을 걸어 다닐 수 있고 단지 안에 초·중·고교가 있어 자녀를 둔 부모들이 선호하는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11억원에 거래됐다. 2008년 7월 입주 이후 역대 실거래 최고가였던 11억2000만원(2009년 12월·2011년 2월)에 이어 가장 높다. 단대부고 숙명여고 등과 대치동 학원가가 가까운 강남구 역삼동 ‘래미안 그레이튼’ 등 역삼동과 대치동 일대 새 아파트도 집값이 강세다. 이 아파트 전용 84㎡는 1월 9억8000만원(9층)에 거래된 뒤 지난달에는 10억3000만원(20층)에 계약서를 썼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 가격은 0.3% 올라 2월(0.2%)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수도권(0.38%) 오름폭이 지방(0.23%)보다 컸다. 김세기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이자 상환 부담이 줄어든 데다 안심전환대출 출시로 주택금융 안정화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며 “실수요자 중심의 매매 전환과 투자자들의 매수세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