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착륙 힘든 케인스 비행기 vs 이륙 어려운 하이에크기
경제 위기를 해결해 안정과 성장을 가져올 수 있는 곳으로 데려다준다는 비행기 두 대가 있다. 케인스가 설계한 A 비행기는 적극적인 경기 부양으로 금방 뜰 수는 있지만 착륙할 때 추락할 위험이 높다. 하이에크가 수석 설계 디자이너인 B 비행기는 재정 내실화를 꾀하는 긴축 정책으로 궤도에 오르면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일단 뜨기가 어렵고 뜨더라도 초반에 떨어질 수도 있다. A와 B는 고객을 자신의 항공기에 태우기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인다.

어떤 비행기를 탈까. 이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벌어진 경제학계의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폴 크루그먼으로 대표되는 부양론자와 니얼 퍼거슨으로 대표되는 긴축론자는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부양론을 지지한 민주당과 긴축론을 지지한 공화당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미국 연방정부는 셧다운 위기를 겪기도 했다. 긴축을 선택한 국가는 대량 실업사태와 국가부도 위기를 맞았고, 재정지출을 늘린 국가는 급박한 위기는 넘겼지만 성장률보다 더 빠른 속도로 부채가 늘고 있다. 위기는 지연된 것이지 해결된 것이 아니다.

공학박사 출신 금융인 조지 쿠퍼는 《돈 피 혁명》에서 과학을 앞세운 주류 경제학자들의 이론이 이렇게 정면충돌하는 양상을 과학혁명의 전조로 본다. 저자는 과학혁명의 역사를 되짚어 가며 경제학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최근 경제학파들은 어떤 자료를 접할 때 상반된 해석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상대의 해석을 반대하는 정도를 넘어 반대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는 “최근 경제학은 절대 비교를 할 수 있는 척도가 존재하지 않는 ‘통약불가능성(incommensurability)’을 가진 경쟁적인 학파들로 나뉘어 있다”며 “명백한 위기의 상황”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과학혁명의 구조를 쓴 토머스 쿤의 이론을 적용해 현재 경제학은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강조한다. 코페르니쿠스의 천문학 혁명, 윌리엄 하비의 인체 혈액순환론, 다윈의 진화론,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이 상반된 이론이 극도로 대립하는 순간에 탄생했고 이번엔 경제학에서 혁명이 일어날 차례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긴축이냐 부양이냐’란 대립적 시각에서 탈피해 경제 위기를 헤쳐나갈 대안 중 하나로 사회적 부의 순환으로 만들어지는 경제성장 순환 모델을 제시한다. 이는 다윈주의적 경쟁적 경제체계(피라미드 모델)를 민주적 정치체계와 결합한 모델이다. 민간의 무한 경쟁 시스템은 금융, 토지,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들의 이익을 극대화한다.

이를 견제하는 게 공공부문인 민주주의 정치시스템이다. 공공부문은 누진적 조세징수, 상향성 신분이동을 보장해 부의 집중을 막는다. 결국 피라미드 구조를 유지하되 돈이 한곳에 지나치게 집중되지 않고 혈액이 순환하듯 신분 이동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은 겉으로 볼 때 대립되지만, 이들이 서로 균형을 맞춰야만 경제성장을 위한 쾌락의 쳇바퀴를 돌릴 수 있다”고 말한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