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이 너무 낮다고 걱정들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0.35%(전년 동월 대비)에 그쳐 4개월째 0%대를 이어가니 그런 것이다. 더욱이 담뱃값 인상 효과를 빼면 두 달 연속 마이너스 물가다. 일각에선 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이라는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기획재정부조차 디플레를 우려할 정도다.

그러나 저물가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양상이 사뭇 다르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올 들어 계속 2%대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뺀 물가상승률도 3개월 연속 2.3%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제유가 하락은 3월 소비자물가를 1.13%포인트나 끌어내렸다. 도시가스요금이 유가연동제 적용으로 3월에 10.1% 인하된 것도 물가를 0.32%포인트 떨어뜨렸다고 한다. 이 두 가지 요인만 없었더라도 물가상승률이 1.8%로 높아졌을 것이란 얘기다. 통계청은 국제유가가 작년 하반기부터 하락한 만큼, 앞으로 몇 달 뒤부터는 저유가의 기저효과가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저물가만의 문제라면 정부가 통제하는 전력 등 공공요금을 올리기만 해도 단숨에 해결될 것이다. 서울시는 6월부터 지하철·버스 요금을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가만둬도 물가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재부까지 디플레 운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정책의 혼선을 부르고, 문제의 본질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기재부가 6%대 경상성장률이 어렵다고 걱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디플레를 만들어내는 것은 바로 정부다. 더욱이 정부 정책이 기업의 투자수요를 틀어막고 있다. 경제민주화 광풍이나 온갖 종류의 규제들은 정상적인 투자-소비 사이클을 가로막는 꼴이다.

문제는 저성장이다. 성장률을 올리려면 기업이 뛸 여건부터 만들어줘야 한다. 4대 그룹을 제외한 30대 그룹이 모두 지난해 적자를 본 상황에서 기업의 팔만 비틀어 마른 수건을 쥐어짜라고 압박해서 될 일이 아니다. 디플레가 진정 걱정이라면 역주행부터 그만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