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엊그제 내놓은 2015년판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을 기술 분야의 대표적 무역장벽으로 규정했다.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 또한 서비스 분야 무역장벽 목록에 넣었다. 이들 규제는 본란에서도 졸속 과잉 규제로 여러 차례 지적했던 사안이다. 이젠 미국에서조차 이들을 새로운 통상마찰 요인으로 거론하며 우려를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자칫 규제국가로 낙인 찍힐 상황이다. 국제적 망신이 따로 없다.

USTR은 특히 화평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 화평법은 소량의 실험실 화학약품까지 모두 등록해서 사용해야 하며 연간 사용량이 1t이 넘을 경우 추가로 독성시험을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 법은 다른 법안과 중복 적용되면서도 모든 화학 관련 기업에는 등록 및 시험에 막대한 시간과 자금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입법 초기부터 과잉 입법으로 지적받았다. 화평법 등이 민감한 영업비밀을 공개해야 하고 실험 등에 추가적인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에 한국 내 미국 기업의 활동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미국 측이 지적한 것이다.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 또한 미국 프랜차이즈 산업에 대한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규정으로 인해 미국계 레스토랑 체인이 3년간 매년 5개의 신규 출점만 가능했고 출점 지역도 제한받았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본란에서 줄곧 폐해를 지적해 왔던 사안이다. 미국은 정보기술 장비에 대한 전기 안전 규제에 대해서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USTR의 지적은 뼈아프다.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방해하는 저질 규제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동안 이들 규제는 국내에서도 폐해를 놓고 논란이 적지 않았다. 급기야 미국에서조차 규제를 혁파해 달라고 요구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규제 논리가 지극히 반시장적인 것은 물론이다. FTA 등을 통해 세계를 향해 상품과 서비스를 수출하는 한국이 정작 국내에서는 온갖 반시장적 논리로 비정상적 규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