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일수록 승부수 던져라"…정몽구의 '정면돌파' 통했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월별 기준 사상 최대 판매실적을 올린 것은 ‘정몽구 회장(사진) 효과’로 분석된다. 정 회장은 시장 상황이 어려울 때마다 과감한 승부수를 띄워 위기를 정면 돌파해 왔다. 정 회장은 1998년 미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9만대까지 떨어지자 이듬해 ‘10년 10만마일 보증 프로그램’을 도입, 판매 확대의 돌파구를 열었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8% 아래로 떨어지자 올초부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사상 최대 판매 기록을 이끌어냈다.

○정 회장의 승부수 통해

현대·기아차가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8%를 넘긴 것은 2011년이다. 당시 8.9%를 기록했다. 2012년과 2013년에도 각각 8.7%와 8.0%의 점유율로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8%대를 지켰다. 하지만 지난해엔 7.9%로 떨어졌다. 월별로는 지난해 12월과 올 1월 각각 7.3%와 7.2%까지 하락했다. 엔화와 유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위협받은 탓이다. 일각에선 현대·기아차에 위기가 닥쳤다는 진단까지 나왔다.

정 회장은 연초부터 임직원들에게 정면 승부할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그리고 직접 미국 시장 챙기기에 나섰다. 그는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미국의 현대차 앨라배마공장, 기아차 조지아공장, 멕시코 공장 건설 현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정 회장은 미국법인 임직원들에게 “올해 유로화 약세, 엔화 약세, 픽업시장 증가 등 삼중고로 미국 시장에서 미국, 유럽, 일본 업체들의 협공이 예상된다”며 “이럴 때일수록 우리만의 강점을 살리고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의 주문에 현대차 및 기아차 미국법인은 무이자 할부 기간을 48개월에서 60개월로 늘리고 딜러들에게 제공하는 인센티브도 확대했다. 결과는 월간 판매기록 경신으로 이어졌다.
"위기일수록 승부수 던져라"…정몽구의 '정면돌파' 통했다
○美 점유율 8% 중반 회복 기대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크게 늘어난 차는 현대차에선 제네시스와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 기아차에선 쏘렌토와 세도나(한국명 카니발) 등이었다. 현대·기아차는 이 가운데 제네시스의 판매 급증에 고무돼 있다. 제네시스는 지난달 2414대가 팔려 지난해 3월보다 141% 증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네시스와 같은 고급차가 많이 팔리면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다”며 “수익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다른 차종의 판매 확대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차종의 증가율은 엘란트라 45%, 쏘렌토 16.9%, 세도나 398.4% 등이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미국 시장 판매 목표를 지난해보다 8% 늘어난 141만대로 잡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관측하고 있는 올해 미국 시장 신차 판매 규모 1683만대를 감안하면 8.4% 수준의 점유율이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시장 여건이 바뀌고 있는 데다 정 회장의 드라이브가 효과를 내면서 이보다 높은 점유율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원화 가치가 떨어졌고, 지난해 말 쏘렌토 신차 판매를 시작한 데 이어 엘란트라 K5 투싼 스포티지 등 4종의 신차를 투입할 계획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정 회장은 특히 “과거 어려울 때마다 혁신적 전략으로 위기를 돌파해 왔고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미국 시장의 성장률을 넘어서는 성과를 창출할 것”이라며 임직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